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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그리고 무너지는 것들

기사승인 2019.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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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호 C_Lab 대표

 
 

공론화위 허수아비 만든 독단
참여민주주의 영리병원과 맞바꿔
제2공항 착공 거짓말 논란까지

학생때부터 정상가도 달려온 수재
자의식이 독선으로 발현됐을 수도
원 지사, 진정 ‘제주의 아들’인지

 

제주도지사 원희룡은 수재(秀才)다. 고교 시절 1등을 놓친 적 없고, 대입 학력고사에서도 수석을 차지했다. 개천에서 용 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대부분 ‘공신(공부의 신)’이 그렇듯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고, 한때 운동권에도 몸담았다.

하지만 80년대 말 괘도를 수정, 입신양명 길에 들어선다. 사법고시에 ‘수석’ 합격해 검사가 됐고, 3년 뒤 변호사 개업을 했다. 이마저도 1년 남짓 만에 접고 1999년 한나라당에 입당한다. 노화(老化) 이미지 짙은 보수정당의 ‘젊은 피 수혈론’에 힘입어서다. ‘운동권 출신’ 이력 또한 ‘괜찮은 소품’이었다.

원희룡은 정치판에서도 돋보였다. 발 들인 지 1년 만에 양천구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3선 고지에 올랐다. 이밖에도 보수당 최연소 최고위원, 사무총장 등 경력을 쌓았다. 물론 대통령후보나 서울시장 후보 경선 등에도 자천타천 거론됐다. 하지만 2011년 당 대표 선거에 도전해 낙선한 뒤 잠시 정치무대를 떠났다.

원희룡이 정치판으로 돌아온 건 2014년 6·4지방선거. ‘돌아온 제주의 아들’ 이미지에 힘입어 60% 득표율로 제주도지사가 됐다. 이후 새누리당과 박근혜의 몰락과 거리를 둬 연임에 성공했다. 몸담았던 정당과의 이별도 주효했다. ‘무소속’은 제주 토박이인 자신을 ‘제주의 인적 자산’화 할 수 있는 전략. 유권자들로서는 이런 프레임에 갇힐 경우 도정 성과나 치적 등은 관심 밖이 되기 일쑤다. “우리가 남이가!”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런 프레임은 오래 가지 못하는 법. ‘잘 나가던’ 원 지사건만 최근 잇단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게다. 목하, 시련의 시절을 견디고 있는 모양새인데, 검찰이 원 지사를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기소한 건 법률적 영역이니 그렇다 치자. 더 큰 문제는 말 바꾸기와 독단적 결정은 물론 거짓말 논란 등으로 신뢰를 잃어가는 거다. 연임 성공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녹지병원 건은 원 지사의 민낯을 볼 수 있는 계기다. 도민들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가 다수(약 60%)가 ‘영리병원 반대’ 의견을 냈지만 원 지사가 독단적으로 허가를 내줬다. 허가 자체도 문제지만, 공론화위원회와 구성원을 허수아비로 만든 것 역시 큰 문제다. 이로써 제주에서 ‘숙의형 공론 조사‘라는 참여민주주의 제도는 설 자리를 잃었다. 결과적으로 원 지사는 참여 형 민주적 제도와 영리병원을 맞바꾼 셈이 됐다.

잇따라 불거진 제2공항 관련 방송사 인터뷰도 원 지사의 강한 자의식을 보여준다.
원 지사는 방송에서 제2공항 타당성 검토 결과 근본적 결함 없어, 올해에는 착공 절차가 진행될 거라 했다. 발언은 팩트 논란을 초래했고, 주민은 물론 시민, 환경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뒤이은 원 지사의 ‘예측발언’이란 해명 또한 떠넘기기, 거짓말 등 뭇매를 맞고 있다.
사안은 다르지만 맥락은 영리병원 사례와 다르지 않다. 원 지사 입장이야 어차피 결론은 자신 몫이며, 타당성 조사나 검토 따위는 요식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주민이나 검토위의 의견 또한 얼마든지 무시해도 좋은 것이 됐다. 이렇듯 허망하게 무너진 제도의 가치와 권위는 복구가 쉽잖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이런 상황은 원 지사에게 잇단 악재인 셈인데, 원인 또한 자초했다는 점에서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일련의 사안은 소싯적부터 정상 가도를 달려온 터, 자신을 앞지를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자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인식은 ‘시험’에서 정치·행정 영역으로 이어져, 다른 견해를 믿지 못하는 독선으로 발현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수재들에게 종종 나타나는 속성이다.

그러니 아무리 많은 사람이 의견을 낸들, 자신 생각과 다를 경우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물며 도정 최고책임자란 감투까지 썼으니 오죽할까 싶다. 이쯤 되면 제아무리 민주적 제도가 마련돼 있어도 취지를 구현하기 어려워진다. 200명이 한 목소리로 반대해도 도지사가 찬성하면 속수무책이니 말이다.

지난 십 수 년 제주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주민과 관광객, 이에 따른 대형 토건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덩달아 하늘이 내린 천연(天然)의 것들은 무너지고, 그 터에는 사람들이 쌓아올린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들어서고 있다. 섬은 몸살을 앓고 있으며, 머잖아 치료불가 상황이 올 거라 본다, 이런 상황에서 영리병원을 허가하고, 대규모 자연 파괴가 불가피한 제2공항 착공을 거짓말 논란까지 일으키며 서두르는 원 지사는 진정 제주를 사랑하는 ‘제주의 아들’인지 궁금하다.

 

송경호 C_Lab 대표 news@jejumaeil.net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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