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확대되는 아동놀권리 <상>
2018 놀이정책 국제포럼

4일 한국 첫 아동친화도시 성북구·유니세프한국위원회
‘놀 권리, 지역에 뿌리내리기’ 주제 국제놀이포럼 개최
순천, 기흥, 서울 곳곳서 행복, 건강 문제로 접근 확대

놀이가 아이들의 성장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왔다. 가까이로는 1989년 유엔이 아동권리협약을 채택해 196개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 협약의 핵심은 ‘모든 어린이는 맘껏 쉬고 놀아야 한다’는 31조에 있다. 우리나라도 1991년 협약을 비준했다. 2015년에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어린이 놀이헌장’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3년. 주민 행복의 일환으로 아동 놀 권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책에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편집자주>

▲ 4일 동덕여대 100주년 기념관에셔 '2018 놀이정책 국제포럼_놀 권리, 지역에 뿌리내리기'가 열리고 있다. 문정임 기자

‘아동친화도시’(유네스코 지정) 서울 성북구(구청장 김영배)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사무총장 이기철)가 지난 4일 동덕여대에서 개최한 ‘2018 놀이정책 국제포럼’에서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아이들의 놀 권리를 지역 최고 의제로 만들어가겠다”로 말했다.

그는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성장하고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데, 도시는 이런 아이들에게 충분한 놀이 공간을 만들어주지 못 하고 있다”면서 놀 권리의 현실화를 위한 여러 약속과 다짐을 건넸다. 이번 포럼 역시, 특정 지역을 떠나 한국 곳곳에 아이들의 놀 권리를 뿌리내리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된 참이었다.

▲ 김영배 서울시 성북구청장이 4일 동덕여대 100주년 기념관에셔 열린 '2018 놀이정책 국제포럼_놀 권리, 지역에 뿌리내리기'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문정임 기자

놀이 공간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는 전국 지자체들의 행보는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놀이터 디자이너 편해문 씨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그는 2015년께 순천시 기적의 놀이터 조성 총괄 기획자를 시작으로 세종시, 경기도 시흥시, 서울시교육청 등 전국 각지에서 추진하는 놀이터 관련 사업에 민간 책임자로 참여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경기도 시흥시가 올해 ‘공공형 실내놀이터’를 문 연다. 시흥시가 실내놀이터에 주목한 것은 높은 지가로 도시 한복판에 놀이 공간 확보가 쉽지 않고, 미세먼지 등으로 어린이가 밖에서 놀 수 있는 날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일명 ‘키즈카페’라는 상업적 실내 놀이터의 이용 부담이 커서 생기는 놀이 기회의 형평성 문제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번 사업의 주체가 특이하게도 시흥시 보건소(건강관리과)다. 편해문 씨는 “시흥시의 이번 사업이 특히 애착이 가는 것은 일반 지자체가 아닌 보건소가 추진하기 때문”이라며 “유엔이 요구하는 어린이 놀 권리를 기후와 환경변화에 따른 건강 문제의 차원으로 접근해 여러 모로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시흥시 보건소는 3년 전부터 시민, 어린이, 전문가와 팀을 꾸려 설치 방향을 논의해왔고, 최근 기본설계 설명회를 열었다.

최근 순천시가 기적의 놀이터 3호를 열었다는 소식도 알려왔다. ‘주민 행복’에 욕심을 내는 조충훈 시장의 철학에 따라 2016년 제1호 기적의 놀이터 ‘엉뚱발뚱’을 개장한 순천시는 2호 ‘작전을 시작하지’에 이어 최근 3호 ‘시가모노(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는 놀이터)’의 문을 열었다. 조합 놀이대와 탄성포장을 없애고 여러 가지 요소로 재미와 도전을 얹은 기적의 놀이터는 10호 개설을 목표로 순항중이다.

아이들이 즐거운 놀이터 만들기의 여정은 학교놀이터 바꾸기로 자연스럽게 이동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놀이터재구성위원회를 구성, 각 학교에서 접수한 서류 검토와 현장 실사를 거쳐 2개 학교의 놀이터를 바꾸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거의 공사가 완료된 상태다.
 

▲ 놀이터 디자이너 편해문씨가 '2018 놀이정책 국제포럼_놀 권리, 지역에 뿌리내리기'에서 '앞마당에서 시작해 공공장소로 넓혀간 한국 놀이터 이야기'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문정임 기자

편해문 씨는 “학교 놀이터 바꾸기 사업에서 우리는 ‘행정의 알리바이'를 위해 형식적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어린이와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여러 불편함과 수고로움 없이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놀이터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학교 안의 특정 공간이 아니라 학교 전체를 놀이터로 만들고 싶어했다는 후문도 전했다.

이번 포럼을 준비하는 성북구 역시 한국 최초의 아동친화도시로서 다양한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다.

성북구는 ‘도시가 놀이터’라는 비전 아래 △놀이 활동가 육성 △놀이 공간 확대 △놀 자유 보장 △놀이예산 확충 △놀이시간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아동친화도시 조례에 놀 권리 조항을 신설했고, 놀 권리 거버너스를 구축해 성북구 놀 권리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등 각종 사업을 진행한다. 그 외에도 아동이 주도하는 팝업놀이터, 움직이는 놀이터, 공유놀이터 사업을 추진하고 마을과 함께 바닥놀이길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이날 행사에 앞선 환영사에서 이기철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어린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보내기 때문에 어린이의 놀 권리 실현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주체는 지역사회를 이끄는 지방정부”라고 말했다.

편해문 씨는 “이제 한국의 놀이터는 ‘기적의 놀이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주민과 아이들이 우리 동네에 적합한 놀이터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여러 지역의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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