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지하수 함양의 일등공신
등급 너무 낮아 효과적 관리에 한계
오름·곶자왈 대상 ‘공원’ 확대 추진

지역공동체 위한 거시적 시선 필요
자연 훼손 복원 쉽지 않고
지하수는 오염되면 ‘회복’ 불가능

 

물을 물 쓰듯 하던 시대는 지났다. 지구촌은 머지않아 다가올 물 부족 사태를 염려하고 있다. 아니 상당수 지역에선 벌써부터 물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제주도는 참으로 축복받은 땅이다. 연간 강수량이 1900㎜로 우리나라 평균 1200㎜보다 월등히 많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지하수로 저장되는 함양률도 45%로서 육지부의 18%와는 비교가 안 되게 높다.

그러나 양만 풍부하다고 하여 안심할 일이 아니다. 육지부의 상수도원인 강 또는 호수는 눈에 보이기 때문에 주변 오염원을 가시적으로 차단할 수가 있는데 제주도의 경우는 그렇지가 않다.

지하수 형태로 땅 속을 흐르는 ‘제주의 강물’들은 제주 섬 땅속 한 가운데의 거대한 호수로 모아진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판매하는 삼다수나 제주도상하수도본부가 공급하는 수돗물은 이렇게 지하 맨바닥의 대수층(帶水層)에서 끌어 올린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거대한 정수장 위에서 일상의 온갖 활동을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있다.

곶자왈의 가치에 대한 인식, 그리고 곶자왈을 잘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어느 때 보다 높다. 연초 도내 모 일간지가 실시한 6·13 지방선거의 정책의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환경분야에서 차기 도지사에게 바라는 것으로 가장 많은 32.1%의 응답자가 ‘환경자산의 보전 및 관리 강화’를 꼽았다. 두 번째로 많은 25.3%는 ‘곶자왈 보전사업의 확대’를 주문했다.

이는 곶자왈이 그 중요성만큼 잘 관리 보전되지 못하고 있다는 주민들의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돼야 한다. 곶자왈은 그 투수성(透水性) 때문에 지하수 함양의 일등 공신이 되고 있지만 바로 그 투수성으로 인하여 오염에 극히 취약한 또한 사실이다.

‘제주특별법’은 2년 전 처음으로 ‘곶자왈’이라는 지역을 명확히 정의하면서 국가 및 제주특별자치도는 그 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백히 규정했다(제354조 신설). 그러나 제주도의 ‘곶자왈보전 및 관리조례’를 보면 곶자왈 지역에 대한 관리등급이 너무나도 낮다.

환경자산의 등급은 맨 위에 절대보전지구가 있고 그 아래 상대보전지구가 있으며 맨 아래에 관리보전지구가 있다. 관리보전지구는 다시 1등급에서 5등급까지 나누어지는데 대부분의 곶자왈 지역은 관리보전지구, 그중에서도 3등급 이하에 포진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가 하면 곶자왈의 전체 면적은 발표할 때마다 점차 줄어들고 있다. 최근 제주도와 국토연구원이 공동으로 작업한 곶자왈 경계조사도 어느 정도 마무리된 듯하나 아직 일반에게 공개가 되지 않아 궁금증만 높이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제주국립공원 확대 지정이 추진되고 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공동주관하는 타당성 조사가 18개월간의 일정으로 지난 3월 공식 시작됐다.

기존 한라산 국립공원 153㎢에 육상 230㎢와 해상 290㎢를 추가하는 내용이다. 육상만 본다면 현재 제주도 전체 면적의 8.3%에 해당하는 국립공원이 20%까지 넓어지는 것이다.

대상지역은 주로 오름과 곶자왈지역이다. 위 숫자는 그 동안의 주민 설명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1차적으로 주민동의를 얻은 곳만을 포함한 것이다.

해당지역 주민들이 이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자연공원법은 국립공원을 3개 지구로 구분하는데 ‘자연보전지구’는 공원관리에 필요한 공공시설을 제외하고는 일체의 건축이 금지되는 반면 ‘자연환경지구’는 친환경 1차산업이 허용되며, ‘마을지구’는 높이 9m이하의 건축이 허용되지만 주거용은 단독주택만 지을 수 있다.

곶자왈 위에 예전처럼 무언가 큰 것을 지을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던 마을 또는 토지 소유자들은 국립공원에 포함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역 공동체를 위해 보다 거시적인 시선과 대승적 마인드를 기대해 본다.

환경문제, 특히 제주도의 생명수인 물 문제에 있어서 만이라도 제주도 전체가 하나의 공동체라 는 공감대가 더욱 확산됐으면 한다. 자연은 한번 훼손되면 복원이 쉽지 않고, 지하수는 한번 오염되면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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