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 사망시간 추정 동물 실험결과 발표 “실종 직후 살해된 듯”

   
 
▲ 2009년 2월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 피살사건에 대한 현장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9년 장기미제사건“용의군 압축 증거수집 방향 설정 …신중 접근”

2009년 2월 1일 제주에서 발생했던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살해 시점은 실종 직후일 가능성이 높다는 실험결과가 나오면서 경찰 수사가 새국면을 맞게됐다.

이 사건은 무려 3년4개월 간 수사를 벌였으나 끝내 범인을 찾지 못한 채 2012년 6월 15일 수사본부를 해체한 제주의 대표적인 미제사건이다.

제주지방경찰청은 25일 오전 2층 회의실에서 보육교사 이모(사망 당시 27·여)씨의 사망 시간을 추정하기 위해 올해 1월 말부터 3월 초까지 현장 실험을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과학수사의 발달로 당시 날씨 등 상황을 재구성, 정확한 사망 시점을 확인한 것이다.

이 사건은 2009년 2월 1일 밤 집을 나섰던 이씨가 실종(실종신고 2일) 일주일 만인 2월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오름 인근 농업용 배수로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이씨가 실종 당일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보고 이 시점에 맞춰 수사를 벌였지만, 부검 결과 시신이 발견된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에 숨졌다는 의외의 결과가 나오면서 혼선을 겪었다.

부검을 통해 이씨가 집을 나섰던 1일 밤 친구들과 주점에서 먹었던 안주 등이 나왔지만, 일주일 이후 발견된 시신은 부패되지 않고 온전했기 때문이다.

24시간 이내에는 비가 내린 적이 없는데도 이씨의 옷이 모두 젖은 채로 발견되면서 혼선은 더욱 가중됐다. 실종 이후부터 비가 내린 날은 2월 3일뿐이었다.

이씨의 시신은 상의에는 무스탕 등 모든 옷을 착용했지만, 하의는 모두 탈의된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돼지 4마리와 개 3마리를 이씨가 착용했던 의류와 유사한 복장을 입히고 실험을 진행했다. 당시 우천이 있었던 점을 감안, 실험 기간 중 소방차의 협조를 받아 물을 뿌리기도 했다.

이번 실험을 진행한 이정빈 가천대학교 교수는 “이씨가 발견장소(배수로)에서 실험을 한 결과 사후 7일이 지났음에도 냉장효과와 보온효과가 모두 발생, 사체에서 부패지연, 직장체온이 대기온도보다 높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실험을 토대로 이씨가 실종 직후 살해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실험 결과를 토대로 공식적인 수사를 재개한다”면서 “용의군을 압축하고 증거수집 방향도 설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래전 사건인 만큼 (용의자 추정에 따른)많은 해석과 억측이 나올 수 있다. 조심스럽고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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