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세계중요농업유산’ 지정
보전 및 고부가 활용 방안 추진 중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2002년 세계중요농업유산제도(Globally Important Agricultural Heritage System, GIAHS)를 도입했다. 어떤 국가 또는 지역의 사회나 환경에 적응하면서 몇 세기에 걸쳐 발달하고 형성된 농업적 토지 이용, 전통적인 농업과 관련하여 육성된 문화·경관·생물다양성이 부적절한 개발 전략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제주밭담’은 2013년 1월 국가중요농어업유산에 지정된 데 이어 이듬해 4월 FAO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등재되면서 어언 3년이 지나고 있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은 2016년 말 현재 16개국 37개 지역이 선정돼 있으며, 우리나라는 ‘제주밭담 농업시스템’과 ‘청산도 구들장논’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제주밭담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는 제주의 인문자원이 세계적으로 그 차별성과 규모를 인정받은 쾌거라 할 수 있다. 제주밭담은 제주인의 삶의 여정을 담아내고 있을 뿐 아니라, 강인한 도전정신과 지혜 등 제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돌밭과 ‘뜬땅’이라는 열악한 환경을 일구어 지금의 제주농업을 일으켜 세운 손길이 제주밭담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 것이다.

제주도 차원에서 보면, 생물권보전지역·세계자연유산·세계지질공원과 제주해녀·영등굿 등 ‘유네스코 5관왕’에다 인문분야에서는 최초로 FAO 농업분야까지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이로써 제주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6관왕 지역이라는 쾌거를 이룬 셈이다.

이는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도정정책, 제주의 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인 것이다. 제주도민 차원에서는 지천에 깔려 있어서 그 중요성을 몰랐던 제주밭담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와 더불어 자손만대에 유산으로 물려주어야 한다는 중요성을 깨닫는 기회가 됐다.

제주밭담이 국가농업유산으로 지정되면서 2013년부터 3년 동안 보전·관리와 활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추진됐다. 특히 FAO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제주밭담축제 개최, 제주밭담테마파크 조성, 흑룡만리 제주밭담길 조성, 제주밭담 아카데미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이 이미 완료됐거나 추진 중이다.

제주밭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후속사업도 준비되고 있다. 지역발전위원회 행복생활권사업 일환으로 ‘FAO 세계중요농업유산 제주밭담을 활용한 농촌마을 6차사업화 사업’이 선정되어 작년부터 3년 동안 약 40억 원을 지원받아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은 기반구축사업과 개발운영사업으로 나뉘어 추진된다. 기반구축사업에는 제주밭담 6차브랜드상품 개발 및 메멘토(memento) 개발지원, 제주밭담 숍(shop) 조성, 6차산업화조직체 구성, 제주밭담 밸류-업 아카데미(Value-up Academy) 운영 등이 진행되고 있다. 개발운영사업에는 제주밭담 자연치유·건강프로그램 운영, 건강모니터링 및 매뉴얼 개발, 자연치유행복관 조성 등이 진행 중이다.

현재 기반구축사업단에서는 구좌읍 평대리에 밭담숍과 밭담길, 월정리에는 밭담길이 조성되어 오픈을 준비 중에 있으며, 성산읍에도 밭담숍과 밭담길을 조성할 예정이다. 개발운영사업단에서는 세화리와 애월읍에 자연치유행복관을 조성하고 있다.

이 사업들은 제주밭담이 두르고 있는 농경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고부가가치화 하고, 이 사업을 농민이 주체가 되어 직접 추진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제주농업의 기반을 닦는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농업인과 방문객을 대상으로 자연치유 및 건강 프로그램을 제주밭담이라는 테마를 활용하여 운영함으로써 밭담의 새로운 측면을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이 같은 사업들이 다각적으로 추진되어 제주밭담의 가치를 널리 알림으로써 제주밭담의 지속가능한 보전·관리와 함께 농업과 관광 등 여러 부문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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