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제주도매물류센터 절실
도외 경매시장 의존 해결책
친환경급식 브랜드 사업도 중요

2차상품 지역 내 판매전략
제주상품 소비촉진 조례도 필요
지역제품 역내 소비구조 바람직

행정과 경제 관련 단체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댄 행사가 지난달 23일 있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상공회의소 공동으로 롯데시티호텔에서 열린 ‘경제활성화 도민 대토론회’가 그것이다.

이날 모두 8개의 주제 발제가 있었는데, 필자가 맡은 주제는 ‘제주 생산제품 지역소비 확대 등 내수활성화 방안’이었다. 정책과제 4개를 발표했는데, 지속적인 관심 제고 차원에서 그 내용을 요약한다.

첫째는 농산물 제주도매물류센터의 조기 운영이다. 제주농산물의 지역 내 소비를 확대시키기 위한 농산물도매물류센터를 설립 운영함으로써 과잉생산의 위험을 줄여주고, 지역 소비자에게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제주농산물은 도내 소비량을 훨씬 넘는, 연평균 130만여t이 생산되고 있다. 한 해 농사의 성패는 도외출하가 우선시되면서 매번 도매시장 경락가격에 좌지우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소비량에 비추어 과잉생산이 될 때마다 여지없이 가격은 곤두박질쳤다. 적정생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어쨌든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산물유통구조개선대책’에 따른 전국 5개 권역별 도매물류센터 설립 추진 과정에서 제주지역에도 도매물류센터를 설립, 조기에 운영될 수 있도록 농협과 도정이 적극 힘을 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와 별도로 큰 규모의 로컬푸드 매장을 설립 운영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친환경급식의 브랜드 사업이다. 전국 선도모델이었던 제주친환경급식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제주 친환경급식 농산물에 ‘네이밍(naming)'이 안되어 있다. 이름이 없다보니 일반농산물과 구분이 안 되고 사회적 관심과 자부심은 설자리를 잃고 말았다. 청정도시 친환경 로컬푸드 실천지역으로 각광을 받을 수 있음에도 말이다.

그 결과는 갈수록 친환경농업은 침체되고, 사회적 이슈에서도 멀어지고 있다. 친환경급식 농산물에 이름을 달고 선별·포장·상표부착 등 철저한 상품관리 및 브랜드 관리로 농가소득 향상과 친환경농업의 부활을 기대해본다.

셋째는 대형매장이나 핵심상권과 연계한 2차상품의 지역 내 판매전략이다. 도내 소비자 또는 관광객의 접점 찾기를 위해 대형매장 내 ‘제주상품 숍인숍(shop in shop)’ 및 상권 내 취급점포의 확대를 제언했다.

대부분 규모가 영세한 제주지역 제조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 중에서 브랜드화된 것은 손꼽을 정도다. 이들 업체들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고정소비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기업과 경쟁하는 시장보다는 지역 내수시장이라는 틈새시장을 개척하여 살아남는 것이 지혜롭지 않을까싶다.

특히 제주는 급증하는 인구와 연간 1500만명의 관광객으로 구성된 양질의 내수시장이 존재하기에 그러하다. 상품출시 단계에서 우선 지역에 론칭하여 호응을 얻은 후에 넓은 시장으로 확대하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

따라서 6차산업 인증 상품을 판매하는 안테나숍 같은 매장을 확대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하겠다. 그리고 제주상품을 총망라하는 ‘Made in Jeju’ 거리를 일본 오키나와 ‘코쿠사이 도오리’(국제거리)처럼 조성해나갈 필요가 있다.

넷째는 제주상품의 소비촉진을 위한 조례 제정이다. 대규모 소비처와의 연계 강화, 공공구매의 확대 등의 행정의 역할,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기업의 노력, 도민의 동참을 유도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제주상품을 애용하자는 단편적인 캠페인보다는 산업축제와 체험이벤트 개최, 제주상품만을 구입할 수 있는 제주상품사랑구폰 발행사업 등의 정책발굴도필요하다.

이상과 같은 과제들은 현실적으로 글로벌하게 오픈돼 있는 시장구조 하에서 매우 지역적 차원의 처방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의 1차산업과 2차제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해내고, 지금까지 간과해왔던 틈새시장을 제대로 활용하는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일본의 지산지소(地山地消)처럼,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유통구조로서 부가가치가 유출됨이 없이 고스란히 지역에 남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