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의 정상화’ 말하던 대통령
국정농단·민망한 약과 주사들
‘벌거숭이 임금님’ 등이 현실에서

촛불민심 이미 대통령에서 해고
‘혼이 비정상’ 갈 곳은 ‘교화학교’
‘수상한 미용’ 여성 혐오마저 부추겨

요즘 어떤 일에도 몰입하기 힘들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신뢰하게 된 방송사의 뉴스시간을 놓칠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나만의 증상이 아니라고들 한다. 막장 드라마보다 심한 국정 농단의 실체에 분노한 민심은 사태의 추이를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말하던 대통령은 그 말이 자신을 향한 부메랑임을 애써 모른척하고 있는 듯하다. 아니 아예 모든 정상과 비정상은 ‘내 맘 대로’라고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자신의 범죄 사실에 대한 수많은 증거들이 온 세상의 이목을 채우고 있는데도 자신과 무관하다는 듯 뻔뻔하게 남 탓으로 일관할 수 있겠는가? 정경유착과 국정농단의 사례들도 엄청나고 어처구니없거니와 입에 올리기에도 낯 뜨겁고 민망한 약과 주사 명들의 구입과 그 사용처에 대한 의구심들….

어떤 상황에 대처하는 상대의 태도와 반응에서 상대방의 인간적 품성에 대해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판단할 수 있다. 그와 20여 년 가까이 정당 생활을 함께 해왔다면 그 성격의 장단점과 일 처리 방식 등을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게다가 그를 둘러싼 수많은 비정상적 사건들이 오래전부터 회자되고 있었으니, 가까이서 정치활동을 함께 해왔던 여당 정치인들은 그의 실체를 알고도 남았으리라. 그럼에도 지난 4·13 총선 때 새누리당 의원들과 예비후보들이 그의 간택을 받고자 애쓰면서 자신들의 충정을 입증하려 애쓰던 모습은 참으로 실소를 금치 못할 만큼 가관이었다.

요즘 ‘촛불 저항축제’가 전국적으로 벌어지니 마치 이제야 그의 실체를 안 것처럼 우왕좌왕 하거나 혹은 그래도 일편단심 목청 돋우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참 꼴불견이다. ‘난 진작 그 편이 아니었는데 어쩌다 그리 되었다 거나 배신 운운’하는 코미디 같은 말들이 공중을 떠다닐 때면 “이럴려고 이들이 국회의원이 되었나”하는 국민으로서 자괴감이 든다.

작금의 황당한 사태를 만들어내고 있는 ‘그의’, ‘그에 의한’, ‘그를 위한’ 시나리오의 엑스트라에 지나지 않던 비박계 의원들은 그녀가 내려뜨린 썩은 동아줄에 한심하게 매달려 어떻든지 간에 정치생명을 이어가려 버티며 탄핵 상황의 주연인 듯 행동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자신이 국민의 심부름꾼이라는 걸 깨닫는 일말의 양심도 없는 듯하다. ‘양치기 소년’, ‘벌거숭이 임금님’ 등이 ‘잔혹동화’로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추운 겨울 촛불을 들고 아이들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온 국민들이 “그만 나가달라”고, “이미 해고하였다”고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딴청이다. ‘혼이 비정상’인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청와대가 아닌 ‘교화 학교’임을 촛불 민심은 여전히 ‘탄핵’으로 외치고 있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불안정한 마음을 좀 누그려 뜨리려고 영화 한 편을 봤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최신작 ‘줄리에타(Julieta)’. 하늘거리는 선홍빛 실크 천을 클로즈업한 첫 장면과 기차와 나란히 눈 위를 달리던 차창 밖 순록에 압도당했다. 선홍빛의 흔들림과 순록의 애절한 눈빛! 그 시린 아름다움이 쩍쩍 갈라진 퍽퍽한 내 마음에 잠시 단비가 돼 줬다.

주인공은 기차에서 말을 걸어온 낯선 남자의 자살이 혹시 대화를 피한 자기 탓이 아닌지 자책한다. 말다툼 후 바다로 나간 주인공의 남편이 풍랑을 만나 죽게 된 것도 자기 탓이라 여기며 딸과 함께 힘겹게 삶을 버텨낸다.

그러나 그 딸은 아빠의 죽음이 엄마와의 다툼 때문이라고 오해하게 되고 엄마에게 복수라도 하듯 사라져버린다. 결국 그 딸도 자신의 아이가 익사하는 사고를 당하자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양심이 있는 인간이라면 누군가 주변의 고통에 혹여 자신이 관계된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하게 된다. 그게 정상이다.

그런 정상의 상태가 아닌 그에게 절대 국민의 안위를 맡길 수 없다. 빠른 하야와 탄핵만이 길이다. 게다가 여성 고위직 진출이 힘든 이 사회에서 수상한 ‘미용’ 문제 등 여성혐오마저 부추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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