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의 미온적 태도 ‘도민 갈등 증폭 원인’ 지적
새해에도 실타래같이 꼬인 문제 해법 소원 상태
우유부단 버리고 과감한 결단력으로 결정해야

제주 제2공항 건설 문제가 도정의 미온적 대처와 시민단체들의 반대 그리고 정부 일부 부처의 안일한 태도 등에 가로막혀 정체를 빚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님비(NIMBY)’현상도 지체 현상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는 가운데 제주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도내 2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2공항 반대 범도민행동은 제주도청 앞 제2공항 반대 천막 농성에 동참한다고 18일 밝히고 나섰다.

성산읍 주민 김경배씨는 31일째 제2공항 반대를 주장하며 단식농성 중이다. 김씨의 단식이 길어지자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도 지난주 도청 앞에 천막을 치고 결집했다.

제주 제2공항 문제는 현재 여러 변수와 입장들이 맞물려 매우 치밀하고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2015년 11월 국토교통부는 이용객 수용능력 한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약 500만㎡ 부지에 2025년까지 4조8700억원을 들여 연간 2500만명을 수용하는 신공항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항공기 이착륙 횟수는 2015년 15만9000여회로 연간 수용 최대치인 17만2000회의 93%였고, 2016년에는 17만2743회로 수용 최대치를 넘었다. 100초마다 1대씩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제주공항은 인천공항을 제외한 국내 14개 공항 중 최대였다.

경제 관련 단체와 기업들도 반색을 하며 반겼다. 신공항 건설이 새로운 소비를 만들어내고 각종 관련 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의 압력을 받아 국토부는 2017년 12월 사전타당성 조사 재검토에 들어갔다.

국토부가 '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 타당성 재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업체를 선정해 재조사하고 '재조사 결과 문제가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이는 새로운 갈등의 시발점에 불과했다.

2019년을 맞는 지금까지도 제2공항 문제는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도정은 여론에 좌초해 계속 망설이고 있고, 신공항 부지 인근 주민들은 부동산 투기와 맞물려 갈등이 고조된 상태다.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들의 가세는 난항에 빠진 제2공항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제주도정의 결정장애적 태도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원 지사는 “안전에 문제가 될 정도로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한 제주국제공항의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환경 훼손이 가장 적을 수 있고 주변 지역의 발전을 고려한 최적의 장소를 고려한 것이지만 절차적인 문제와 의문, 환경과 반대 의견까지 충분히 고려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원론적인 말만 반복했다.

원 지사와 제주 도정의 이러한 미온적 태도가 도민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제366회 도의회 제2차 정례회에서도 김 모 의원은 “원 지사가 결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주변에서는 결정 콤플렉스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주요 현안에 대해 사후에 도민의견을 묻고, 여론이 안 좋으면 결정을 보류하면서 도민사회에 갈등을 야기한다. 미루는 것은 도지사의 결단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범도민행동’은 지난 17일부터 성산읍대책위 천막농성을 지원하고 참가단체별로 릴레이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국토부는 제2공항 재조사 검토위원회를 강제 종료시킨 것도 모자라 기본계획 용역을 강행하려고 하고, 제주도는 여전히 '나 몰라라' 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촛불집회, 선전전 등을 통해 직접 시민과 만나면서 제2공항의 문제점을 알리는 활동을 벌이겠다"고 선전포고를 하고 있는 중이다.

제자리걸음을 하는 도정의 행보와 시민단체와 국토부의 갈등 등으로 인해 제주 제2공항 문제는 새해에도 마땅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사회갈등이 고착화되면서 사회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최대 246조에 이른다는 삼성경제연구소의 통계 보고가 있다. 갈등의 목표가 비현실적이고 목표의 달성이 불가능한 양상을 띨 때 갈등의 역기능은 계속 고조되기만 할 것이다.

제2공항 건설을 두고 수년째 지지부진한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갈등과 분쟁에 소요되는 비용은 얼마인지를 도정에 묻고 싶다. 원 지사의 책임있는 결단과 도민의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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