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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갑질’과 VIP실

기사승인 20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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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국회의원 공항 보안검색 시
신분증 제대로 제시않아 ‘갑질 논란’
비판여론 비등 해당 의원 결국 사과

과거 같으면 별 것 아닌 일이지만
요즘의 도덕적 잣대로는 ‘추문’
특권 없는 세상으로 한 걸음 더

 1980년대 5공 시대. 제주지역에서 잘 나가는 모 언론사 A 고위간부가 서울을 오갈 때면 공항담당 출입기자가 비상이었다.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신분증 제시. 보안 검사없이 그대로 항공기에 탑승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하기 때문이다.

공항 출입기자가 공항 관리당국과 교섭해 사전에 이런 조치를 취한다. 탑승이 거의 완료되면 A씨는 항공기내 VIP가 앉는 2A나 3A 좌석에 몸을 싣는다. 이 자리는 일반 승객 좌석보다 앞 간격이 더 떨어져 있어 편하다. 여기에다 비행기 객실 앞에서 2―3번 째 자리다보니 타고 내릴 때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다.

 육지에서 제주로 올 때도 공항 도착실에 공항 기자가 나가 A씨를 깍듯이 영접한다. 일반인들은 도착실에 들어갈 수 없다. 보안검사나 검문검색 없는 것은 물론 공항당국 의전 관계자가 나와 A씨를 맞이하기도 했다. A씨는 이런 특권에 취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국회의원이 김포공항에서 비행기 탑승 전에 실시하는 보안검색 때 신분증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은 채 탑승하려다 갑질 논란이 들불처럼 번졌다.

 김 의원은 최근 김포공항 국내선 출발장 앞에서 보안검색을 받던 중 자신의 휴대전화 케이스에 들어 있는 신분증을 꺼냈다. 이에 신분증을 잘 보여 달라는 공항 보안요원의 요구에 이를 거절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내가 국토교통부 소속의 국회의원인데 그런 규정이 어디 있다는 것인지 찾아오라”며 심한 폭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항을 관장하는 국토교통부는 김 의원이 국회에 속한 상임위원회, 즉 김 의원의 피감기관이다. 

  김 의원이 ‘갑질 논란’ 사실을 부인하자 사건 당시 당사자였던 B씨가 노조를 통해 자필 경위서를 공개했다. B씨는 경위서에서 “위조된 신분증인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 확인해야 한다고 김 의원에게 말씀드렸더니 고객님(김 의원)께서 ‘내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인데 그런 규정이 어디 있느냐’며 관련 규정을 보여 달라고 화를 냈다”고 진술했다. 이어 “김 의원이 ‘이 XX들이 똑바로 근무서지 안네’, ‘너희들이 뭐 대단하다고 갑질을 하냐, 공항사장 나오라‘는 등 막말을 하고선 내 얼굴과 상반신이 나오도록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B씨는 이어 “당시 상황을 지켜본 다른 승객들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며 “위조된 신분증을 확인할 방법이 지갑에서 꺼내 실물과 비교하고 돌려드리는 것인데도, 김 의원이 자기 지갑 속에 있는 가려진 신분증을 육안으로 확인하라며 화를 낸 것”이라고 부연했다. 처음엔 김 의원은 이런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김 의원의 갑질 논란이 뭇매를 맡자 사건 발생 닷 세만에 공식 사과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저의 불미스런 언행으로 여러분께 실망을 끼쳐드리고 심려케 해서 너무나 죄송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민주당은 그를 국토교통위원회 상임위에서 배제키로 했다.

 1980-1990년대였다면 별 것도 아닌 ‘사건’이었다는 생각에 다다르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과거엔 잘나가는 사람들이 툭하면 공항 귀빈실을 애용했다. 일단 귀빈실에 들어가면 탑승 때 보안검색이나 신분증 제시 같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 공항공사 소속 직원이 모든 절차를 대신해주기 때문이었다. 귀빈실 이용자는 비행기 문을 닫기 직전  마지막으로 탑승한다. 이럴 때면 스스로 우쭐해지고 특권의식을 갖게 마련이다. 귀빈실은 대통령 대법원장 국무총리 장관 국회의장 국회 상임위원장 등만이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일부 지방 토호세력, 유지 등 비(非) 자격자들도 과거 귀빈실을 왕왕 이용해 온 것이다.

 김 의원 사건은 우리사회가 지금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해가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과거 같으면 별 것 아닌 일들이 요즘의 도덕적 잣대로는 있을 수 없는 ‘추문’으로 남기 때문이다. 특권 없는 세상이 한 걸음, 한걸음 더 옹골차게 나아가고 있다.

임창준 前언론인 news@jejumaeil.net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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