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의 현안 결정력 부족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16일 도의회 정례회 첫 도정질문에서 의원들은 제주국제녹지병원 등 지역 현안사업이 상당수 보류된 상황을 놓고 집중 공세를 펼쳤다.

김희현 의원은 “행정체제 개편 문제를 포함해 원 지사가 호기롭게 제안한 여러 사안들이 지금까지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2025년 완공하겠다던 제2공항은 타당성 조사 진행으로 뚜껑조차 열리지 않고, 시민복지타운 행복주택 건립, 비자림로 생태도로 추진,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등 모두가 공론화 절차와 신중을 기한다는 이유로 보류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원 지사가 결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주변에서는 결정 콤플렉스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주요 현안에 대해 사후에 도민의견을 묻고, 여론이 안 좋으면 결정을 보류하면서 도민사회에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주요 현안에 대해 도민사회의 찬반 의견대립이 워낙 커 고민이 크다”며 “하나하나 사안을 정리해 가고 있으니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원 지사의 말처럼 지역의 중요 현안 사업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있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신중을 기하는 것을 나무랄 순 없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중시되는 사회에서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그러나 공론이 찬반 논쟁에 매몰되고, 논의가 장기화하고 있어서 문제다. 종국에는 제주 미래를 위해 어떤 길로 가는 것이 좋은지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가 가닥을 잡아줘야 하는데 원 지사 재임 동안 그것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영리병원 공론조사처럼 선거를 통해 주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단체장이 다시 주민에게 그 판단을 미루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큰 꿈’을 꾸는 원 지사가 정치적 인기에 얽매어 매사 결정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단체장이 이럴 경우 비판이 두려워 결정을 못하는 풍조가 공직사회에 더 깊게 뿌리를 내릴 수도 있다. 그러면 제주 공직사회가 더욱 생기를 잃을 것은 뻔한 이치다.

이경용 의원은 이날 “원 지사의 임기 8년이 성과를 내려면 결정을 내리고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 지사가 새겨들어야 할 지적이라고 본다. 결정을 못하는 것은 나쁜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는 점을 원 지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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