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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섬’이 나아갈 길

기사승인 201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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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호

C_Lab 대표

 

개발사업과 이주인구·관광객 증가에
난개발·교통·하수 등 문제 갈수록 태산
공간 확장성 한계 현안 해결 걸림돌

도민 삶의 질·관광 활성화 양립 불가
‘다수-저가’ 관광정책 질적 전환 필요
지속가능성 염두 나아갈 길 재정립

 

뭍에서 떠올리는 제주 섬의 이미지는 시간 흐름에 따라 달라졌다. 30년 전 제주 처자와 인연 맺을 무렵 기억은 애틋하고 그윽했다. 낯선 풍광은 신비로워 시간 흐름에도 지워지지 않는 추억으로 각인됐다. 섬의 유혹은 강렬해 틈만 나면 찾았다. 만날 사람, 하고자 하는 일 없어도 그냥 갔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빈둥대는 것만으로도 족했다. ‘여기’가 제주니까 그랬다. 그런 세월이 십 수 년쯤 이어졌다.

오랜 시간 이어져온 제주 이미지에 균열이 생긴 시점은 2010년 대 들어서다. 제주로의 이주자가 벗어나는 이들보다 많아질 무렵이다. 초기 이주 바람은 미풍에서 열풍으로 바뀌었다. 삶터 장만을 위한 거래는 투자로, 투자는 투기로 들불처럼 번졌다. 긴 세월 밭이나 농장, 집터라 불리던 땅에는 ‘부동산’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이로써 제주에는 흔치 않던 투자와 투기, 개발 등 낱말이 일상화 됐다.

제주의 신도시들 또한 수도권 신도시를 빼닮아가고 있다. 거리를 걷노라면 지금 여기가 뭍인지 섬인지 헷갈릴 정도다. 장소성 상실에 따른 정체성 혼란이다. 이름만 제주일 뿐 제주가 갖는 장소의 고유성이 사라져 간다는 거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곧 지리적 공간, 즉 여러 장소들과 관계를 갖는 것이라 할 때, 오늘날 제주 섬의 변화는 ‘낯선 곳에서 만나는 익숙한 풍경’인지라 이질적이다. 글 농사꾼 장석주 말마따나 “장소는 일상적 경험의 장이자 인간 실존의 의미를 빚는 질료적 요소”라는 점에서 씁쓸하다.

하지만 제주가 갖는 고유의 장소성 소멸이 불러들이는 문제는 일상에서 쉽게 포착되지 않는다. 게다가 편의성과 기능성, 효율성 등을 앞세운 도시적 욕망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논의의 장에서 배제되기 일쑤다. 자본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개발 논리와, 투자 또는 투기자본 영향력을 고려할 때 상황 변화나 극적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나마 기대 볼만한 건 곳곳에서 벌어지는 개발이 몰고 오는 폐해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 개발 사업에 따른 환경파괴는 물론, 유입인구 증가에 따른 교통, 생활쓰레기 및 폐기물, 하수, 난개발 등이 현안이다. 이들 문제는 시급히 해결돼야하나 밀린 숙제처럼 쌓여간다. 이는 당면 현안 해결에 드는 시간보다 새로운 현안이 달려드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일 거다.

날이 갈수록 현안에 현안이 더해지는 일련의 사태는 다분히 섬이라는 공간적 특수성에서 비롯됐다. 육지라 해서 같은 현안 없는 건 아니지만, 공간의 확장성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측면에서 다소 낫다. 반면 제주는 비록 크더라도 섬이라는 ‘물에 갇힌 공간’이다. 그러니 그 한계가 명확하다. 쓰레기든 하수든 뭐든 제한된 공간 안에서 처리해야 한다. 돌이키기 불가능한 섬의 한계이다. 그러니 1천만 명 가량 사는 수도 서울의 3배에 이르는 면적에, 60여 만 명이 사는 데도 쓰레기와 환경파괴, 폐기물 등으로 몸살을 앓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제주로서는 대부분 관광객 탓으로 돌리겠지만, 서울에도 수많은 해외 관광객들과 전국 곳곳에서 들이닥치는 인파로 늘 포화상태다. 그런데도 문제가 덜 심각한 것은 수도권이란 주변부를 활용하기 때문이며, 문제적 사안은 수도권 외곽으로 자연스레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제주가 뭍의 중심도시 해법을 적용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훼손해가며 교통이나 쓰레기 등 온갖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결국 하나며 나아갈 길도 외길이다. 십 수 년 누린 ‘다수-저가’ 관광 정책 기조를 버리고 질적 측면을 고려한 정책으로 전화(轉化)해야 한다. 2년 전인 2016년 검토됐던 ‘관광객 총량제’의 재검토와 보완도 적극 고려해봄직하다.

무릇 대부분의 도시정책에 있어 양수겸장(兩手兼將)이 성립하긴 어렵다. 양적 성장과 질적 고양이 한데 이뤄지기 어렵듯, 연일 대규모 관광객을 불러들이면서도 자연환경 온전하길 바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도민 삶의 질과 더 많은 관광객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 또한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즈음에서 멈추고 되돌아 봐야한다.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십 수 년을 반추하며 섬이 나아갈 길을 재정립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오늘의 결정이 섬의 내일과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터, 숙고에 숙고를 더 할 때다.

송경호 C_Lab 대표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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