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시 건강보험체계 흔들릴 가능성

‘공공의료강화’ 정책 우선순위 돼야

 

10년 이상을 끌었으니 참으로 오래됐다. 김태환·우근민 도정을 거쳐 원희룡 도정 2기까지 영리병원 허가 여부를 결론짓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는 도민공론조사를 통해 오는 9월초까지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첫 영리병원 탄생 여부가 근간 결정 난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조성법’이 제정되면서 외국영리의료법인 설립 근거가 마련됐다. 이후 녹지국제병원측이 성형외과와 피부과 개설 등 사업계획서를 신청한 것이 2015년, 같은 해에 보건복지부의 사업계획 승인이 이뤄졌다. 2017년 제주도에 개설허가를 신청했고, 도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4차례의 회의를 개최하였으나 12월 허가판정을 보류했다.

그러자 원희룡지사는 올해 3월 숙의민주주의 주민참여기본조례에 근거해 공론조사위원회를 구성, 공론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보고 영리병원 허가 여부에 대한 매듭짓겠다고 했다.

그런데 제주도의 추진과정 중 팩트 체크가 필요한 중요한 지점이 있다. 2017년 9월 개설허가 여부를 앞두고 제주도가 보건복지부에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신청에 따른 검토의견을 요청했고 회신 공문에서는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권자는 제주도지사이므로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허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정부는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 영리화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점이다.

주목할 것은 공문의 방점은 영리병원추진에 ‘부정적’이라는 것인데 필자가 지난 7월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 업무보고 시 질의할 때까지 이 사실은 도민사회에 알려지지 않았다. 필자가 질의과정에서 공문실체를 보여 준 후에야 다음날 공문내용이 사실임을 도에서 언론에 밝힌 것이다.

원희룡 지사는 올해 초 신년기자간담회에서도 영리병원 허가 여부에 대해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원 지사가 협의 중임을 강조한 이유와 복지부 공문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 영리병원 허가 여부에 대해 공론조사위원회로 넘긴 이유는 도민이 판단할 몫이라 생각한다.

하여튼 실체 없이 구전으로만 전해졌던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 반대 입장은 확인된 것이다. 영리병원의 도입은 2000년대 초·중반에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당시 선진의료기술의 도입과 제주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개발에 필요한 외자유치가 큰 이유였다. 특히 외자유치를 위해 2006년 당시 김태환 도정은 내국인투자병원에 적극적이었으나 임기 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어 우근민 도정은 의료공공성을 이유로 중단한 바 있는데 박근혜 정부의 의료산업화 전략과 원희룡 도정이 투자활성화방안이 맞아 떨어져 재추진한 것이다.

현재 영리병원 찬성측은 외국인의 의료관광이 활성화되고 의료의 질이 상승된다고 보는 반면 반대측은 국내자본의 우회투자와 의료공공성이 무너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필자의 생각은 후자 쪽이다. 자본력을 갖고 있는 사보험계가 그 사업영역을 확장시키며 공보험의 역할을 축소시키려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영리병원 도입 시 전체의료비는 상승하고, 건강보험당연지정제로 대표되는 건강보험체계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결국 장애인 등 의료약자와 서민의 의료접근권은 약화되고 의료격차는 심화할 수 있다. 의료민영화로 의료격차가 심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평소 한국의 건강보험을 극찬하면서 이를 차용한 ‘오바마케어’를 발표하고 주도했지만 결국 병원대자본의 영향력에 굴복한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오바마의 예를 봐도 한번 시작된 민영화를 다시 공적 영역으로 되돌려 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영리병원을 불허할 경우 현재 헬스케어타운 내 병원 건립까지 끝난 상황이라 난제는 많다. 778억 규모의 투자금액에 대한 행정소송과 이와 별개의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예상된다. 현재 채용한 인력 처리도 문제다. 유사 경로를 겪고 있는 인천 송도의 경우 영리병원이 아닌 비영리병원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상생방안이 가능한지 충분히 참고해 볼만 한 사안이라 생각한다. 이번 공론조사과정을 통해 영리병원 허가 여부를 매듭짓고 공공의료의 강화라는 정책우선순위를 다시금 살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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