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2학년도부터 적용할 ‘대입제도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책 주무부서인 교육부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 ‘하청(下請)’을 주더니, 국가교육회의는 곧바로 공론화위원회에 바통을 넘겼다. 이른바 ‘재(再) 하청’이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극도로 민감한 문제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돌고 돌아 교육부는 17일 ‘정시 비율 30% 이상 확대’를 골자로 하는 대학입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진보 및 보수성향 교육단체 가릴 것 없이 모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해 대입개편을 1년 유예하고 공론화라는 승부수를 띄웠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진보·보수 양측에서 사퇴 압박을 받는 처지가 됐다. 이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과연 정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이다.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놓고서도 ‘공론조사’ 문제가 새롭게 불거지고 있다. 발단은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서귀포시)이 지난 15일 모 방송국 특집프로에 출연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성산읍 주민과 공론조사를 하는 것으로 합의됐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 같은 위 의원의 발언에 제주도와 성산읍 반대대책위는 “공론조사에 대해 합의된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도는 16일 해명자료를 통해 “국토부에 확인한 결과 제2공항 공론조사는 성산읍 반대주민과 합의된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이와 관련해 제주도와도 협의된 사항이 없다. 도는 제2공항 개발사업은 국책사업임에 따라 공론조사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원보 반대대책위원장도 “공론조사 실시와 관련 국토부와 협의 중인 것은 사실이나, 아직 의견차이가 있어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해명했다.

‘공론조사’는 공론(公論)을 파악해 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탈(脫)원전 사례’에서 보듯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시각은 시시때때로 변하게 마련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정책을 공론조사에 맡기는 것은 일종의 ‘폭탄 돌리기’나 책임 회피다. 언제까지 공론조사 등을 빌미로 직무유기를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가.

어떤 정책, 특히 민감한 정책에 대한 책임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마땅히 져야 한다.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곰곰이 생각할 때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