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은 9년 전 ‘보육교사 살인사건’ 피의자를 검거하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그러나 결과는 구속영장 기각으로 나타났다. 수사가 또다시 벽에 막힌 것이다.

제주지방법원 양태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강간살인 혐의로 체포된 박모(49)씨를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이날 밤 11시30분쯤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박씨는 체포된 지 64시간 만에 풀려났고, 재수사에 나선 경찰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범행시점과 당시 인근에서 찍힌 폐쇄회로(CC)TV, 섬유조직에 대한 미세증거물 분석결과 등을 정황증거로 내세웠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개와 돼지 등 동물실험을 통해 밝힌 사망시점에 대해서도 새로운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실종 당일인 2009년 2월1일 범행현장 부근에서 CCTV에 찍힌 흰색 NF소나타 차량의 경우 차체 옆모습만 촬영해 박씨의 택시와 동일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 피해여성의 우측 무릎과 어깨에 묻은 섬유조직과 관련해서도 당시 택시기사의 옷과 유사하다는 의미에 그쳐 직접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양 부장판사는 “피의자 주장에 석연치 않은 점이 일부 있지만 피해자가 피의자 택시에 탄 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해서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향후 경찰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물론 구속영장 기각이 사건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은 앞으로 관련 증거를 보강해 사건 해결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 직접 증거를 찾는 것이 아주 어려워 보인다. ‘심증은 있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다’ 그간 심혈을 기울였던 경찰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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