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 위 쌓여 ‘농사용 토양’ 형성 기여
옹기 재료도 점토광물 황사 퇴적물

 

 

 

곧 3월이다. 봄이 온다. 봄 하면 따듯한 햇볕과 화사한 봄꽃을 떠올리기도 하겠지만, 불청객 황사도 함께 떠오를 것이다.

최근에는 잦은 미세먼지 발생으로 인해 황사에 대한 인식까지도 더욱 좋지 않다. 사실 황사는 미세먼지와는 기원부터 다르다. 황사는 중국 내륙 내몽골 사막에서 강한 바람에 의해 높은 대기로 올라간 흙먼지가 바람을 타고 이동해 지상으로 떨어지는 자연현상이다.

이에 반해 미세먼지는 자동차·공장·가정 등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배출된 오염물질이 주요 원인이다. 특히 중금속·유해화학물질 등이 포함돼 있어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황사와 미세먼지 모두 그리 달가운 기상현상은 아니다. 특히 미세먼지가 유해하다는 것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화산섬’ 제주의 입장에서 보면 황사가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적어도 황사로 인해 얻은 것도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비교적 젊은 화산섬이다. 지표로 분출한지 얼마 되지 않은 화산암은 풍화가 진행되지 않아 토양이 빈약하다. 암석이 풍화되어 쌓이고 유기물이 집적되어 토양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황사는 매우 적은 양이지만 지속적으로 용암 위에 쌓여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토양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제주의 모든 토양이 황사로만 이루어졌다는 것은 아니다. 황사와 화산재, 그리고 화산암 풍화물들이 섞여 토양을 이루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황사가 토양 형성에 기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제주도 대부분의 토양에는 제주 화산암에서는 포함되지 않은 석영이라는 광물들이 20~30% 포함되어 있다. 석영은 이산화규소(SiO2)로 이루어진 광물로, 보통 투명하거나 반투명한 광물이다.

제주의 현무암은 이산화규소 함량이 약 50% 정도로 적다. 이산화규소로만 이루어진 석영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화학조성인 것이다. 결국 제주 토양 속 석영은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다.

이러한 ‘황사 기원(起源)’의 토양은 또한 제주 옹기의 재료로도 활용되었다. 바람에 날려 오는 황사의 절반은 점토광물들이다. 옹기 재료로 활용되는 끈적끈적한 점성을 가지는 흙들은 점토광물들을 많이 함유하는 황사퇴적물인 것이다.

옹기는 제주 남서부 지역에서 많이 만들어졌다. 이 지역에 황사 퇴적물이 넓게 분포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강한 바람에 날려 와 쌓이는 것이 황사라면, 제주도 전역에 걸쳐 황사퇴적물이 골고루 발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제주 곶자왈 지대는 토양을 찾기 어렵다.

그 이유는 매우 젊은 용암이나 화산재가 기존에 있었던 토양을 덮었기 때문이다. 용암층이나 화산재층 아래에 황사 기원 토양이 있는 것이다. 지질학에서는 이런 토양을 ‘옛 토양’이라 하여 ‘고토양(古土壤)’이라 한다. 이런 고토양들은 제주도 지하 깊숙한 곳까지 여러 겹 발달해 있다.

지하에 분포하는 고토양들은 제주도 지하수 형성과도 큰 연관이 있다. 기공과 균열이 많은 용암이나 화산쇄설층을 통과하여 지하로 스며든 물이 용암층 사이에 끼어 있는 고토양층을 따라 흘러가거나 모여 지하수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제주도가 만들어지기까지 화산활동만 반복해서 일어났던 것은 아니다. 화산활동이 일어나지 않는 기간 동안 풍화와 퇴적작용도 반복됐다. 최근 수 천 년 동안 화산활동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까지 화산 휴지기 동안 쌓인 퇴적물들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 인지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들이 새롭게 발견되곤 한다.

제주도는 우리 제주만이 내세울 수 있는 독특한 자연환경과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 가치를 찾아내는 것 또한 보존만큼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새로운 관찰, 좀 더 다른 관점에서의 관찰이 항상 사실들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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