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공무원 중심으로 관피아 부패고리 형성
교량 선정 심의위원회 미설치·형식적 운영 문제

고위 공무원부터 하위직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금품 로비에 연루된 교량비리 재판 결과는 공무수행에 대한 감시와 통제시스템이 붕괴됐다는 점에서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다.

전·현직 공무원을 중심으로 ‘관피아’가 형성돼 부패의 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납품비리는 물론 도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교량 관급자재의 질을 저하시켜 대형사고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은 설계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했음에도 업체와 유착된 발주처 공무원들이 설계업체를 상대로 직접 특정업체의 제품을 설계에 반영토록 요구해 특정업체의 이익을 도모했다.

문제는 이를 관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업체관계자들은 공무원을 상대로 평소 명절 떡값, 선물 등으로 지속적 유착관계를 형성했고, 담당공무원들은 공사 발주 시 특정업체에 ‘공사 밀어주기’ 후 거액의 금품을 그 대가로 수수했다.

제주 특유의 ‘괸당 문화’로 혈연과 학연, 지연 등으로 끈끈하게 얽혀 있다 보니 연고와 온정주의가 부정부패의 연결고리로 이어지는 부작용으로 나타났다는 시각도 있다.

결국 교량 형식 선정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것은 물론, 발주처에서 설계계약 취지에 반해 관급자재 선정에 직접 관여해 뚜렷한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관급자제를 선정하는 범죄로 이어졌다.

시스템 문제도 한몫하고 있다. 교량비리를 수사한 검찰 관계자는 “악의성 보다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갑작스런 제주 이주 열풍으로 경제와 개발은 급속도로 진행되는데 시스템은 이를 따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량 형식 선정의 경우 타 지역의 경우 교량 형식 선정을 위한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운용하고 있지만, 제주는 아예 심의위원회를 설치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설치한 후 사실상 운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무리 청렴을 강조하고 진실한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바닥까지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시는 이와 같은 비리로 시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리는 일이 없도록 모든 공직자가 책임과 의무, 행동강령을 준수에 정성을 다하겠다”는 행정의 약속이 지켜질지 공염불이 될지 모두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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