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140여건 진행중…벌금 규모 가늠 못해
주민들 “소송과의 전쟁 계속” 지원책 필요

정부가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 등에 참여한 제주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단체 등을 상대로 제기한 34억5000만원의 구상권 소송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도내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환영’의 뜻을 전하며 10년 넘은 갈등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평가했지만 했지만, 강정마을 주민들은 “수많은 소송 중 하나일 뿐”이라며 여전히 소송과의 전쟁이 진행 중임을 전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장기간 투쟁으로 지친 강정마을 주민들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벌금과 공사지체 보상금 등에 대한 ‘사면’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12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했던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단체 등에 청구된 34억 5000만원의 구상권 청구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는 지난달 “피고인들에 대한 소를 모두 취하하고 민형사상 청구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강제조정안을 정부에 송달한 바 있다. 이에 정부가 법원이 낸 조정안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구상금 청구를 모두 취하한 것이다.

해군은 지난 2016년 3월29일 시위 참가자 116명(마을주민 31명 포함)과 단체 5곳을 상대로 공사방해 행위로 인한 국민세금 손실 34억원이 발생했다며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했었다.

34억원은 해군이 시공사에 물어준 공사지연 손실금 275억원 중 일부분으로 정부의 결정으로 해군의 소송 제기 1년 9개월여만에 법적 갈등은 일단락됐다.

정부의 구상권 소송 철회 결정 이후 도민사회는 한 결같이 강정마을의 갈등으로 인한 상처 치유를 기대하고 있지만 강정은 여전히 소송 중이다.

14일 강정마을회 등에 따르면 지난 11년 동안의 해군기지 반대 투쟁기간 580여건의 크고 작은 소송이 진행됐고, 이 기간 약 4억원의 벌금을 납부했다. 현재 삼성물산 하도급 업체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속 2건(2억원) 등 진행 중인 소송만 140여건이고, 벌금 규모는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평화의 섬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반대 투쟁’은 ‘벌금폭탄’으로 되돌아 왔고, 강정주민들은 마을회관을 매각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마을의 상징적인 건물은 팔아선 안 된다는 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현재는 모금 등의 다른 방법으로 벌금납부 방법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고권인 강정마을부회장은 “구상권 철회가 모든 소송이 철회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저 수많은 재판 중 하나가 사라진 것일 뿐”이라며 “우리도 갈등해소에 물꼬가 트일 것 같은 기대감은 있지만, 구상권 철회로 인해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