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배려가 우선이다’-교통선진국 홍콩을 가다
<3>편리함 비결은 ‘제도와 실천’

운전자 주정차 단속 철저
택시도 예외없이 포함
시민 대중교통 이용 유도
제주 시스템서 고려해야

▲ 대중교통의 천국인 홍콩은 당국의 강력한 단속으로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지만, 그로 인해 대중교통의 편리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사진=박민호 기자>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8월 26일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하면서 운전자가 불편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대중교통 이용 분석 결과, 개편 이후 이용객이 꾸준히 늘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본지 12월13일자 1면 보도)고 자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도심 곳곳의 이면도로에는 주·정차된 차량으로 넘쳐나고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교통수단을 변경한 기존의 운전자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심야시간 등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주·정차 단속 정책이 운전자들의 주·정차 불감증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중교통의 천국이라는 홍콩의 경우 강력한 주·정차 단속 정책으로 운전자들의 불편을 유발한다. 심지어 시민들의 발이기도 한 택시조차도 특정 구간에선 승객을 태우거나 내려 줄 수도 없다. 도로에 두 줄의 황색 실선을 표시한 이른바 ‘절대구역’은 차량 주·정차로 인한 안전 위험 구역이나 차량 정체 지역에 한해 운영되고 있다.

실제 도심 곳곳이 2차선으로 도로 범위가 넓지 않은 홍콩의 도로에서는 불법 주·정차된 차량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길가에는 폐쇄회로(CC)TV, 경찰(행정), 표지판 등만을 수시로 마주할 수 있었다. 특히 법규를 지키지 않는 이를 향하는 매서운 ‘시민의 눈’까지 더해져 단속보다 더 강한 처벌을 전제한다는 것을 알게 했다. 주·정차 불감증과 주인의식이 실종된 운전자들을 대중교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홍콩의 사례를 적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 도로 범위가 넓지 않은 홍콩에서는 길가에는 주·정차 된 차량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은 홍콩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박민호 기자>

홍콩 이민 30년째인 권로사(50·여)씨는 여태껏 단 한 번도 자가용을 소유한 적이 없지만, 이동에 불편함이 없었다고 한다. 권씨는 “이민 초기(30년 전)나 지금이나 홍콩 당국은 운전자들에게 엄격한 법규준수를 요구하기 때문에 차량을 이용하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면서 “때문에 시민이나 관광객들은 자연스럽게 대중교통으로 발길을 돌리고, 그 편리함을 경험한 후에는 자신의 승용차를 찾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주도는 개편 시행 직후부터 지난 10월까지 대중교통 이용을 분석한 결과 주중 1일 대중교통 이용객이 16만 6000명으로 전년 동기(15만2000명) 대비 9.4%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년에 비하면 이용도가 증가했다고 볼 수 있지만, 제주 인구 67만 명, 1500만 관광객 수에 비한다면 제주의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가 편리해져 이용률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을 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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