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철웅 편집국장

‘생’과 ‘몰’은 자연스러운 현상
하물며 태양·지구도 마찬가지 운명
몰이 슬픈 건 ‘영원한 이별’ 때문

가장 큰 걱정은 병 못 고쳐 죽는 것
사후에 어디 가든 ‘문제 안돼’
서로 비슷한 영혼들이 맞이해줄 터

 

지금 이 순간 초침이 한번 ‘째깍’하는 사이 지구촌엔 4명의 새 생명이 태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순간’에 2명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지구는 매년 1억 3140만명 출생과 5530만명 사망의 통계를 반복하고 있다.

매 순간 교차하는 삶과 죽음이다. 죽음을 맞이하는 쪽에선 ‘비극’일 수 있지만 큰 틀의 자연에서 보면 생(生)과 몰(沒)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영원한 것 같은 우주도 마찬가지다. 과거 선조들이 ‘신’으로 숭배했던 태양도, 우리가 터를 두고 살고 있는 ‘우주의 푸른 별’ 지구도 ‘생’했으니 당연히 ‘몰’을 앞두고 있다.

태어난 지 채 50억년이 되지 않는 태양은 현재 ‘청년기’이나 지나온 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에너지를 다 쓰고 난 뒤 백색왜성으로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지구는 화성궤도까지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는 태양에 삼켜질 운명이다.

생과 몰에 대해서 우리는 이렇게 명쾌하다. 100년도 채 살지 못하면서 50억년 후도 ‘걱정’하는 배려와 지혜를 보여준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생과 몰이 우리의 이야기면 완전히 달라진다. ‘치사하게’ 정에 이끌리는 인간이다. 생을 맞이할 때는 한없는 기쁨을 표한다. 아름답지 않은 새 생명이 없다지만 ‘우리의 아이’이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그만큼 ‘몰’에 대한 슬픔도 크다. 모든 생명이 소중하듯 그 누구의 죽음도 안타까운 게 인지상정이다. 특히 그 대상이 가족이면 슬픔의 무게는 형언할 수가 없다. 그래서 부모가 돌아가신 슬픔은 ‘하늘이 무너진 것 같다’고 하여 천붕(天崩)이라고 했다.

몰이 슬프고 안타까운 또 하나의 이유는 ‘영원한 이별’ 때문이 아닐까 한다. 죽음으로써 더 이상 같이할 수 없다는 게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 세상에 아쉽지 않은 이별이 없다. 막연하나마 같은 하늘을 이고 있으면 만날 기회가 있을 지라도 이별은 언제나 그렇다.

그래도 다시 만날 가능성을 믿으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군대를 가는 아들과의 이별은 만남을 확신하기에 품을 떠나는 게 안쓰러울 뿐 아쉬움은 덜하다. 외국으로 이민을 가는 친구도 다시 만날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지만 그래도 같은 하늘 아래 있음에 웃으며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이승과 저승으로 갈리는 이별은 다르다. 더 이상 만날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영원한 이별이다. 함께 못할 시간이 그립고, 함께 하지 못한 것은 회한으로 다가온다.

임종을 맞는 당사자도 비슷하리라 생각해 본다. 마지막 눈을 감기 전까진, 우리는 매일 잠을 자기 위해 눈을 감는다. 똑같은 눈을 감더라도 잠을 잘 때는 ‘내일 아침에 눈을 뜰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언젠가는 막연한 확신일 수도 있겠지만,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임종에 이르러선 다를 것이다. 앞으로 깨어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눈을 감기가 싫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과의 영원한 이별, 이승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 같다.

그래서 죽음은 안타깝다. 그리고 살아 있는 우리도 어찌 보면 그리 행복하지만도 않다. ‘최선을 다하는 삶’이라지만 결국은 시간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무덤’을 향해 계속 전진하는 셈이다.

하지만 며칠 전 지인의 ‘조언’을 듣고 난 뒤 생각을 달리하기로 했다. 우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가?’와 ‘그렇지 못한가?’다. 건강하다면 아무 문제가 안된다. 건강하지 못하면 ‘고칠 수 있는가?’와 ‘없는가?’가 관건이다. 고칠 수 있으면 아무 문제가 안된다. 그러나 고칠 수 없으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죽음 앞에선 ‘천당이냐?’ ‘지옥이냐?’의 문제가 기다린다. 그런데 여기선 “어느 쪽이든 아무 문제가 안된다”는 것이다. 천당에 가면 정말 다행이고, 지옥에 가더라도 자신과 ‘등급’이 비슷한 사람(또는 영혼)들이 와글와글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얘기다.

신관홍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이 22일 새벽 향년 68세로 타계했다. 췌장암 판정을 받고 3달여 투병 후 치료에 전념키 위해 의장 사퇴서를 제출하고 하루만이다.

끝까지 소통과 화합으로 제주도를 위해 노력해온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신 의장이 영면하는 그곳에는 그와 같이 따뜻하고 배려 깊은 영혼들이 그를 잘 맞이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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