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모저모]

쌀쌀했지만 큰 한파 없이 차분하게 입실 완료
든든한 지킴이 학부모·모범운전자·경찰 올해도
도시락 두고 수험표 잊은 학생들 곳곳서 여전

▲ 이번 수능에도 제주지역 모범운전자회 회원들이 고사장을 찾아 경찰과 함께 주변 교통 흐름을 정리했다.
▲ 수능일인 23일 새벽부터 고사장을 찾은 후배들이 선배들을 응원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오전 이석문 제주교육감이 제주시(94)지구 수능 제6시험장이 마련된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를 찾아 수험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날 이 교육감은 대기고, 일고, 중앙여고 고사장을 방문했다.

예상대로 큰 입시한파는 없었지만 23일 제주지역 아침최저기온은 9도로 바람이 불고 구름이 낀 쌀쌀한 날씨를 보였다.

올해도 수험생보다 스승과 후배, 학부모·모범운전자회와 경찰이 먼저 고사장을 찾아 온기를 가득 불어넣었다.

이날 아침 제주지구 제1시험장인 남녕고등학교 앞에는 새벽 6시부터 모범운전자회 회원과 경찰이 교통정리에 나섰다. 모범운전자회 현건우 회원은 “아침 일찍 일어나니 기분이 좋다”며 “매년 오는 거지만 아이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즐겁고 기쁘다”고 웃어보였다.

경찰들의 수고도 컸다. 연동지구대 강영홍 경위는 “새벽 5시 문답지 호송차가 다녀간 후부터 남녕고 고사장을 호위하고 있다”며 “후반팀이 올 때까지 학생들이 시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 상황을 세심히 살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수험생들에게는 아침 일찍부터 교문 앞을 지키고 선 낯익은 후배들의 얼굴이 큰 힘이 됐다.

오고 2학년 김동현(오고 학생회장) 군은 “날씨가 춥지만 형들과 계속 포옹하다보니 견딜만 하다”며  “늘 하던 대로 잘 해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제주도자원봉사센터 봉사자들이 수험생들에게 물과 담요, 물티슈, 펜 등이 보따리를 안겼다. 남녕고 학부모회 엄마들은 따뜻한 음료를 건네며 수험생은 물론, 수험생을 응원하러 나온 많은 이들의 추위를 녹였다.

수험생보다 더 긴장한 학부모도 만날 수 있었다. 정문이 닫힐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못 하고 있던 김태수(56)씨는 “첫 아들이라 걱정이 된다”며 “마지막까지 알고 있는 거를 답안지에 잘 적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 씨는 “수능 연기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그동안 아들이 컨디션을 잘 조절해왔는데 남은 1주일을 잘 이어갈 수 있을까 마음을 놓지 못 했다”고도 회상했다.

수험표, 도시락을 놓고 왔거나 길이 막혀 경찰에 도움을 청한 수험생들도 적지 않았다.

중앙여고에서 시험을 치를 예정이었던 한 수험생은 고사장에 도착한 뒤 도시락을 두고 온 사실을 알고 급히 편의점을 찾았지만 이른 시간이라 도시락을 판매하지 않자, 주변에 도움을 청해 가까스로 도시락을 들고 입실할 수 있었다. 남녕고를 비롯해 도내 14개 고사장에서는 도시락을 두고 온 수험생들이 발을 동동거리며 다시 물건을 받는 아찔한 모습이 여러 곳에서 목격됐다.

이날 하루 제주지방경찰청(청장 치안감 이상정)은 문답지 호송, 시험장 경비, 교통관리에 245명을 동원한 가운데 수험생들에게 총 12건의 편의를 제공했다.

구좌파출소는 차량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구좌 송당에서 중앙여고까지 수험생을 순찰차로 수송했고, 중앙지구대는 입실완료 30분을 앞두고 신분증을 집에 두고 왔다는 신고를 접수, 용문로터리에서 대기고까지 신분증을 수송했다. 입실완료를 7분 앞두고는 KCTV사거리에서 제주제일고 고사장까지 수험생을 이송했다.

이외에도 제주도자치경찰단이 시험장을 잘못 찾은 학생의 이동을 도왔고, 신성여고에서 시험을 보던 수험생이 컨디션 난조로 시험을 포기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본부장 황기석)는 수험생의 안전 확보를 위해 도내 14개 고사장에 119대원 28명을 소방안전관리관으로 배치해 지진과 환자 발생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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