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도 뻗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차고지 증명제를 3년 앞당겨 2019년 1월부터 전면 시행하겠다는 제주도의 방침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철저한 대안 없이 졸속으로 시행할 경우 도민들의 거센 반발로 실패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1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차고지 증명 및 관리조례 개정(안) 공청회’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도민 공감대 형성 및 협조가 필수적인데 너무 서둘고 있다는 것이다. ‘거주자 우선주차제’를 시행해봤지만 여러 부작용으로 인해 폐지했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송규진 제주교통연구소장은 “제도 시행이 불과 1년여 밖에 남지 않았는데 행정이 차량 구입자에게 ‘알아서 차고지를 마련하라’고 떠밀 경우 큰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대책 마련부터 주문했다. 더욱이 경차와 전기차까지 포함된 차고지 증명제를 3년이나 앞당겨 시행하려면 우선 행정이 이에 따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다.

이광훈 서울연구원 상임연구위원도 “차고지 증명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며 제도 안착을 위해 주차장 확보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영주차장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민간 유료주차장을 건설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구 기준 전국 최고의 차량보유대수를 기록하고 있는 제주지역 실정을 감안하면 차고지 증명제는 꼭 필요한 제도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치가 않다. 신제주나 구도심권 할 것 없이 차고지를 확보하려 해도 여유 공간을 찾을 수가 없다. 다세대 주택의 경우에도 주차장 수가 차량보다 적기 때문에 입주자간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게 현실이다.

이를 외면하고 제주시 동지역의 대형·중형차량에 한해서만 시행되고 있던 차고지 증명제를 3년씩이나 앞당겨, 그것도 경차와 전기차량까지 포함해 전면 시행하겠다는 것은 행정의 일방적 과욕이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서 ‘대중교통체계 개편’과 연관시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차고지 증명제의 전면 시행은 무엇보다 대안 마련이 급선무다. 따라서 너무 서둘지 말고 차분하게 진행해야 한다. 도민들도 이 제도의 필요성엔 충분히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한 옛사람의 말을 다시 한 번 상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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