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등 부주의 화재 위험 노출
소방당국·도민 합심 불상사 막아야

절기상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이 지나며 날씨가 제법 쌀쌀해 졌다. 어느 때 보다 화재가 빈번히 일어나는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화재에는 너와 내가 따로 없다. 언제 어디에서 솟구쳐 오르는 불길이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앗아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등 숱한 표어를 통해 화재예방을 위해 매년 노력해오고 있지만 화재는 여전히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머리로만 기억 하고 있던 화재 예방 표어를 직접 행동으로 옮겨야 할 시기가 도래 한 것이다.

가까이할 수도 그렇다고 멀리 할 수도 없는 불, 되풀이되는 각종 화재의 주원인은 사소한 부주의와 안전 불감증이다. 평소에 꾸준히 대비하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 자명하지만, 철저한 사전 예방을 한다면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충분히 지킬 수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도내에서는 574건의 화재가 발생하여 15명의 인명피해와 54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겨울철에만 237건이 발생, 전체 화재 건수의 41%를 차지했다.

특히 올 10월 말 기준 주택화재의 경우 건수는 12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건이 증가했다. 주택화재 원인별로는 부주의가 44건(36.3%)으로 가장 많았고, 전기적 요인 30건(24.7%) 등의 순이었다. 이는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를 보여준다.

제주소방은 주택화재로 인한 피해 예방을 위해 사회 취약계층에 소화기와 화재 감지기를 무료로 보급하고, 도내 13만2690가구에 주택용소방시설이 모두 설치 될 수 있도록 전방위 홍보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예방대책을 전개하고 있다. 이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도민들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 먼저 가정 내 주택용 소방시설을 반드시 설치하고, 전기시설은 안전한지, 난로와 보일러 등은 화재위험에 노출되지는 않았는지 평소 세심한 안전점검으로 불조심 생활 수칙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주택화재 뿐만 아니라 겨울철 화재 발생 시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전통 시장이다. 소규모 점포가 밀집 되어 있고 시설 노후화로 인해 대형화재의 우려가 높을 뿐 만 아니라 불에 타기 쉬운 품목이 많이 쌓여 있고, 미로식 통로로 재난 발생 시 화재 확산을 차단하기 힘든 구조를 지니고 있어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3월 발생, 상점 240여곳이 전소됐던 소래포구 어시장 화재 같은 불행이 더 이상 발생해선 안될 일이다.

소방당국에서도 심야시간에 집중 순찰·화재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소방특별조사의 강화, 상인회와 시장 관계인에게 자체 소방시설을 활용한 훈련 등 화재예방을 위한 촘촘한 대책 마련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들도 소방당국과 함께 화재예방을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화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점포내 방화 천막을 설치하고, 재난발생 시 피해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전통시장 화제공제조합 가입과 더불어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의 자제, 노후 전선의 교체 등 화재 예방을 위한 안전점검을 생활화해야 한다.

제주소방은 앞으로 4개월간 대형화재 방지 및 인명피해 최소화를 목표로 ‘겨울철 소방안전 특별대책’을 추진한다. 도내 소방서 700여명의 소방공무원들은 겨울철 화재와 재난예방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할 것이다.후한서(後漢書) 주목전(朱穆傳)에 ‘동주공제(同舟共濟)’라는 말이 나온다.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는 뜻으로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겨울철 화재 예방도 마찬가지다. 소방공무원의 노력만으로는 화재를 예방하고 예고 없는 재난으로부터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한계가 있다. 도민 모두가 화재예방을 위한 각종 안전수칙을 생활 속에서 자율적으로 실천하고 안전을 생활화하여 하나의 문화로 뿌리내릴 때 모두가 편안하고 안전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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