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살리기·등굣길 걷기 등 성공적
다양한 교류통한 ‘지역과 함께’ 호응

필자의 유년시절에 초등학교는 마을에서 제일 큰집이었고, 학교운동장은 죽마고우 친구들이 어울려 놀던 제일 큰 놀이터였다. 그래서 학교는 단순한 배움터를 넘어서 마을에 모든 구성원들에게 정신적, 문화적인 구심체(求心體) 역할을 해왔다.

오늘날 다원화된 현대화의 영향으로 학교의 역할이 일부 축소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제주도내에서 학교와 마을이 동행하는 대표적인 사례들을 제시하여 학교의 역할이 확대됐으면 한다.

S초등학교는 몇 년 전까지 학생 수 30명 이하로 감소한 작은 학교였다. 그러나 마을과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공동 임대주택 건축·빈집 수리 등을 통해 외부학생을 적극 유치하는 사업 전개로 현재 80여명의 학교로 성장하고 있다. 이것은 학교가 마을주민들에게 주인의식 고취와 더불어 중심체로 인식되어 상호간에 노력한 결실이라 생각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제주의 출생아 수는 5494명으로, 2000년말 8547명에 비해 3000여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 인구절벽 및 출산율 감소 추세는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제주도교육청은 지자체와 함께 작은학교 희망만들기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 2014년 이후 초등학생수가 연속 증가하여 올해 초 600여명 증가했다고 했다. 이것은 도교육청을 비롯한 제주의 학교와 마을이 모두 하나가되어 노력한 결과라 생각한다.

다른 사례로, B초등학교는 ‘아침등굣길 1㎞ 걷기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별 프로그램을 가미한 등굣길 운영으로 대부분 아이들이 걸어서 등교하고 있다. 그러나 등굣길에 유해성 간판이나 광고물 등은 우리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관내 마을단체들과 함께 등굣길 거리 환경정화에 나서서 많은 결실을 맺었다고 한다.

또한, J고등학교는 학교의 제반 교육시설을 개방해 마을회와 유기적인 연대를 구축하고, 학교의 사회적 역할과 책무를 이행하기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 학교는 지역사회를 위한 교육프로그램 운영과 교육시설 이용에 최대한 편리를 제공하고, 마을회는 학교교육 발전에 더욱 노력한다는 학교와 마을의 동행 사례도 있다.

서귀포대신중교도 학부모 및 지역인사들과 학교발전협의회 개최, 경찰서 청소년명예경찰, 마을청년회 및 요양원 등과 MOU체결 및 상설봉사활동, 관내 노인회에 책걸상 및 급식식판 지원 등을 통해 교류하고 있다. 또한 지역주민과 학부모들의 노력으로 관내 ‘서부파출소’를 학교명과 동일한 ‘대신파출소’로 개명하는 등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하고 있다.

이외에, 2015년 11월에 S방송사 창사기념 특별기획 ‘바람의 학교’를 서귀포시 가시리에 개교하여 마을과 공동 운영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사회에 적응하도록 한 기획프로그램도 있었다. 그리고 마을에서 재능을 갖춘 마을주민들을 교사로 위촉하여 교육프로그램에 활용하고, 전문성을 갖춘 학교교사를 마을주민의 평생교육에 지원하는 상부상조 사례도 있다.

이웃집에 숟가락 숫자까지 알던 1980년대 이전에는 ‘골목문화’라는 이웃 간에 교류가 흐르는 강이 있었다. 이런 네트워크가 깊이 구축되어 학교이외에 마을에서도 아이를 보살피는 역할을 했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모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위는 학교살리기, 시설공유 및 교류확대 등을 통해 학교와 마을이 지역공동체로 구축된 대표적인 사례들로, 덴마크를 부흥시킨 그룬투비(Grundt’vig) 목사의 마을학교공동체 운영사례가 한국에 영향을 끼친 부분도 있다. 이와 같이 많은 학교와 마을이 동고동락(同苦同樂)의 과정 속에 행복공동체로 발전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제일 큰집인 학교가 마을과 동행을 확산하여 제주도민들에게 지역사회의 구심체로 인정받으며 성장하기를 만추의 계절에 소망해 본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