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도 환경보호국이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동안 (사)한국냄새환경학회와 도내 양돈장 50곳을 대상으로 악취관리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대상 농장 가운데 무려 94%(47곳)가 악취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악취농도 측정은 악취를 포집해서 냄새가 나지 않을 때까지 깨끗한 공기로 희석하는 방법을 택했다. 악취배출 허용기준은 15배수(희석배수)다. 측정을 담당한 학회 쪽은 농장별로 오전 9시부터 밤 10시 사이 5차례씩 두 번이나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는 예상보다 충격적이었다. 악취배출 허용기준치를 4회 이상 초과한 농장이 절반이 넘는 27곳(54%)에 이르렀고, 3회 초과한 곳도 9곳(18%)이나 됐다. 이 가운데 악취농도 희석배수가 30배~43배수인 농가가 19곳(38%), 44배~65배수인 경우도 7곳(15%)이었다. 심지어 66배수를 넘는 농장도 16곳(32%) 적발됐다.

그동안 제주도가 도내 양돈장 악취 저감을 위해 수백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결국 퍼주기식 예산 지원으로 끝난 셈이다.

이 같은 결과 뒤엔 우선 전체 양돈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농가의 인식 부족에다 사리사욕에 급급한 이기주의적 행태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도민 혈세를 투입하고도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축산당국의 책임이 그 무엇보다 크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 조사에 앞서 도는 기준치가 초과된 개별농장에 대해서만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사결과 대부분의 농장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구역 단위로 확대 변경할 방침이다.

제주도는 지난해부터 양돈장 냄새 70% 줄이기를 목표로 ‘양돈장 냄새 저감 혁신 3개년 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퇴비사 악취발생요인 제거와 가축분뇨처리기금 조성 등 5대 핵심과제도 정했다.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만 양돈분야 전체 사업비 711억5000만원의 56.5%인 402억4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아무리 번듯한 계획을 세워도 철저한 관리·감독 등 실행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또다시 실패로 끝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제주도는 이번이 ‘양돈 악취’를 저감시킬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모든 힘을 쏟아 총력전을 펼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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