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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이주민의 생업과 전통 사이

기사승인 2017.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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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정

제주예술동행 대표감독

 

추석 앞두고 육지부 가족들의 전화
가야하는지 말아도 되는지
연휴 손님 맞이-성묘 동참 놓고 고민

결국 연휴 전 성묘 다녀와
앞으로도 반복될 이주민의 ‘번뇌’
부모님 분골함 옮겨올 수도 없고

 

“이번 명절에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전화를 통한 육지부 가족들의 물음이다. 재작년 어머니가 돌아가시며 가족 간의 구심점이 사라지자 장남으로서 나의 위치가 가족 모두에게 하나의 고민거리가 된 듯했다.

전해져 오는 연중 명절 가운데 한가위 추석이 으뜸이다. 이를 위해 각 가정마다 성묘 전 벌초를 하느라, 햇곡으로 차례상을 준비하느라 안팎으로 바빠진다. 전국 어디서나 비슷한 모습이다.

그런데 제주에서는 좀 다른 것이 눈에 띈다. 성묘할 묘소가 꽤 먼 곳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필자처럼 육지에서 성묘를 했던 이주민들이라면 모두가 의아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가까이 뒷동산 양지바른 곳에 모시고 자주 찾아뵙고 묘소관리도 하고 고인을 기리는 마음을 지키는 것이 상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주 역시 그 마음이야 다르지 않겠지만 모신 묘소가 너무 멀다. 여기엔 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고대로부터 이주민은 언제나 발생했고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인간의 강역은 확장될 수 있었다. 아세안 몽골의 아메리카 이주, 게르만족의 대이동, 메이플라워호를 비롯한 유럽인의 아메리카·호주 이주, 중국 화교의 동남아 이주, 일본인의 하와이 이주 등등 역사 속 이주와 정착의 결과는 문화의 교류로서 신패러다임의 생성과 발전을 가져왔고 기성 사회조직의 발전을 촉발시키는 사회발전의 현상이 됐다.

제주의 경우, 한국전쟁으로 인하여 대규모 피난이 이주로 이어진 이후 오래도록 제주 인구의 더딘 성장에 큰 변화를 주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불어 닥친 개별이주의 바람이 제주 풍속과 삶의 지형을 크게 바꾸어 놓는데 기여한 바가 크다.

같은 하늘을 이고 지내는 ‘한국 땅’ 제주이지만 사뭇 해외이주의 삶이라 해도 될 만큼 고유정서상의 차이로 인한 오해와 해프닝을 당했던 기억을 이주민이면 누구든 한 두 개쯤 없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말이 일상에서 편하게 통하니 해외이주에 비하면 이만저만한 편리한 게 아니다.

그러나 이런 이주민들에게 적잖이 부담으로 남은 것은 명절이다. 명절은 제삿날과 같이 온가족이 함께 보내야만 하는 노동집약시대 농경문화의 전통인데 고도산업사회로의 발전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의 정신이자 예절인 명절·제사에 도전할 수 있는 ‘정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명절이 다가오면 이주민들은 생업과 전통이라는 가치 사이에서 번뇌한다. 적잖은 이주민이 종사하는 숙박·요식업은 때를 가리지 않고 상관없이 찾아오는 관광객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과, 명절을 맞아 성묘 혹은 차례·제사에 참석해야 하는 가족 대열의 간격에서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아예 국외라면 ‘열외’로 생각도 해주겠지만 제주라서 애매하다. 같은 한국 땅이라는 것으로 인한 동질감이자 물리간격이다. 이것은 어디까지 심리적인 것이다.

만약 동질감과 거리만으로 생각한다면 이웃한 중국과 일본의 교포를 생각하면 빠르다. 오래전 역사적 정치적으로 오갈 수 없었던 분들은 논외로 하고 최근 10여년 사이 이주한 경우를 생각해 본다면 제주로 이주한 사람들의 명절과 생업 사이의 고민은 각기 사정에 따라 복잡한 방정식이 될 수 도 있다.

온 가족이 제주를 찾거나, 온 가족의 번거로움을 덜게 당사자가 움직일 수도 있겠지만 차례와 제사를 지내야 하는 제삿집도 없는 처지에 이마저도 쉬운 결정이 될 수 없다. 필자가 딱 이같은 경우다.

전화를 걸어 온 가족의 물음에 답을 해야만 했다. 결국, 며칠을 고민 끝에 육지로 성묘를 다녀왔다. 여럿이 되는 가족들이 명절 북새통 공항에 오가며 모처럼의 연휴를 깨뜨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제주를 살아내면서 딱히 해결책이라고 볼 수 없지만 한국인으로서, 가족의 아들로서, 아이의 아버지로서 전해줘야만 하는 숙명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 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장남으로서 고인이 되신 부모님의 분골함을 옮기는 것도 생각해보지만 육지에 남은 가족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들에게 ‘성묘의 권리’를 포기시키기 쉽지 않은 문제다. 이미 앞서 제주로 이주해 온 분들에게 지혜로운 해답이 있을까?

최한정 제주예술동행 대표감독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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