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읍 보육시설 ‘예향원’ 운영 홍영환 목사

원아 생계급여 횡령 혐의
3년간 멍에·차가운 시선
지난해 대법원 최종판결
“부끄럽지 않은 삶 살 것…”

원생 등에게 지급되는 생계급여를 수년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던?사회복지시설 원장이 길고 긴 법정공방 끝에 누명은 벗었지만, 마음의 생채기는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

제주시 한림읍에 예향원이라는 보육원을 운영하는 홍영환 목사는 2013년 10월 원생들의 수급비를 횡령했다는 누군가의 신고로 인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홍 목사가 아동들에게 매월 지급되는 기초수급 급여를 월 최대 70만원씩 7년간 3400만원을 빼돌려 자신의 대출 이자를 갚는데 사용했다는 것이다.

원생들로부터 기초생활수급비를 받는 계좌가 마이너스 통장이다 보니 잔고부족으로 마이너스가 되면 대출이자가 발생하고 다음에 입금되는 돈이 대출이자가 변제되는 구조다.

홍 목사가 아동들이 개별 계좌를 관리하면서 자신의 마이너스 대출계좌로 전액을 이체하고 지출 내역을 기록하지 않는 등 관련 절차를 위반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업무상횡령 혐의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기소’ 했지만, 홍 목사는 억울하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홍 목사는 “담당 공무원이 지원비를 한 곳에 모아 사용하도록 해 자동이체를 한 것일 뿐, 지원비는 아이들을 위해 사용했고 빚까지 내가며 원생들을 돌보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2014년 4월 1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되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유죄판결 중 가장 경미한 것이지만, 홍 목사는 진실을 규명하겠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홍 목사가 마이너스통장을 만든 이유는 열악한 재정상황 때문에 가끔씩 운영비가 부족한 경우 일시적으로 운영비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일 뿐, 개인적인 지출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며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2016년 6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지만, 그는 여전히 범죄자라는 멍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찰 조사 당시 대대적인 언론보도가 있었던 반면, 재판 과정은 거의 조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죄가 확정된지 1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서야 조금씩 알려졌다.

홍 목사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사건 당시 밤잠을 못잤다. 가족들과 충돌도 많았고, 친구들도 결백을 믿어주지 않았다. 가장 큰 괴로움은 자녀(원생)들의 시선”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는데도 명예가 실추된데 솔직히 화가 많이 났다. 언론중재와 인권위에 제소하라는 주변 권유도 있었지만, 본인이 성직자이기 때문에 그렇게는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언론에 대한 섭섭한 심경도 드러냈다. “경찰 말만 믿고 반론권도 주어지지 않았다. 공정한 시각으로 다시는 자신과 같이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언론에서 무죄가 조명되는데 좋지 않는 시선이 있을까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아직 마음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믿어주는 분들이 많아 이제는 괜찮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