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좌읍 한동리 농장 ‘케이즈 프리’로 닭 면역력 증대
도내 ‘밀집지양 자연방목 농장’ 1% 불과…확산 시급

구제역, AI, 살충제 달걀까지. 밥상 위에 올라와 가족의 입 속으로 들어가는 먹거리들이 위협받고 있다. 문제는 집단사육. 제주에서는 지난 2014년 1호 동물 복지 농장의 탄생으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현실은 ‘청정 제주’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겨우 3농가에 그치고 있다. 도내 축산농가 2600여곳 가운데 1%인 셈이다.

‘청정 제주’를 지키려 하지만 가축 사육 현실은 이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가축 전염병 예방과 소비자들의 건강한 먹거리를 장려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물 복지 농장’은 지난 2011년 구제역에 대한 공포가 전국을 휘몰고 간 뒤 관행적 과밀 사육 문제가 드러나면서 처음 도입됐다. 제주에서는 2014년에 첫 탄생했는데,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의 모범사례로 불리는 ‘산란계 농장’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제주 구좌읍 한동리 소재 산란계 농장인 영농조합법인 태연농장은 좁은 닭장(케이지)에서 밀집 사육하는 일반 농장과 달리 닭들을 바닥에 풀어 자연 속에서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몸의 진드기도 스스로 떼어 내도록 하는 케이지 프리(cage free·방목) 농장이다.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은 닭들이 좁은 닭장에 갇혀 스스로 진드기를 떼어낼 수 없자 살충제를 뿌리면서 문제가 됐다. 반면 동물 복지 농장은 약품을 하나도 쓰지 않은 채 닭 한 마리가 건강하게 뛰어놀 환경을 제공한다. 이에 질병도 덜 발생해 결국 식탁에 오르는 건강한 먹거리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 농장주 고길환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 유통되는 가격이 일반 계란보다 2배가량 비싸 ‘먹거리 빈부차’라는 일부 비판도 있지만, 학계 등에서는 닭뿐 아니라 소, 돼지, 젖소, 사슴 등 가축의 적정 사육 두수 유지와 전염병 예방 및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서라도 장기적으로는 동물 복지형 농장 확대를 위한 제도 정착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농장에서 사육되는 가축들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연스럽게 면역력을 키워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질병에도 강하다. 실제 지난 AI 사태에도 도내 동물복지농장에서는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전국적인 추세처럼 아직 제주에도 동물복지농장 속도는 더딘 실정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동물복지농장은 일부 생산성을 포기해야 하는 만큼 농가의 의지가 중요한 부분이라, 많이 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고길환 대표는 “일반 농장을 운영할 때는 사료 값 인상에 대한 부담과 지역 주민들이 축산 농가 악취 등으로 민원도 많았지만, 지금은 생각보다 생산성도 낮지 않고 여러 부분이 많이 해소 된 상태”라며 “지금은 시작단계에 있지만, 대한민국도 곧 유럽형 동물 복지 농장으로 갈 것이라고 판단하며 열심히 건강한 먹거리 실현에 일조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정부 역시 밀집사육을 개선하고, 건강한 먹거리 사육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했다. 이에 지난 19일 정부는 전국의 양계농장 3200여개 가운데 3.6% 수준인 동물복지농장을 확대하고 산란계 농장의 축사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청정'을 내걸고 있는 제주의 축사 환경에도 변화도 찾아올 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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