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미마을 통행로 일부 소유권 주장
토지주 철망펜스 설치 ‘옥신각신’
주민들 “수십년간 다니던 길인데…”

▲ 제주시 연미마을에서 일명 ‘알박기’ 땅 소유자가 사유지임을 내세우며 통행 도로에 철망과 펜스를 치고 선까지 그려 마을 주출입구가 좁아져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 오수진 기자

제주시내 한 마을길에서 일명 ‘알박기’ 땅 소유자가 사유지임을 내세우며 통행 도로에 철망과 펜스를 치고 경계선까지 그려 분쟁이 발생하면서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7일 제주시 연미마을(오라2동)의 한 주택가 주변에서 빌라 건축을 진행 중인 모 건설사 현장소장 A씨와 바로 옆 도로의 재산권을 주장하는 토지주 B씨의 분쟁이 생겼다. 22평 남짓의 통행도로 일부가 자신의 사유지라며, 무단출입 등을 막기 위한 펜스와 철망을 공사현장 앞에 설치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문제는 이 주변이 마을로 들어서는 주출입구인 것은 물론 본래부터 차량 한 대가 움직이기도 어려운 좁은 골목이라는 점이다.

현장 확인 결과 공사장 너머로 펜스와 사유지를 표시하는 팻말과 선이 분명하게 그어져 있었고, 인근에 렌터카 회사까지 있어 평상시 교통량도 많고 골목에 세워둔 차량까지 더해져 순식간에 도로가 마비가 됐다. 이로 인해 어린이, 노약자 등 보행자의 안전까지도 위협 받고 있다는 지적을 마을 주민들로부터 쉽게 들을 수 있었다.

▲ 마을의 주출입구인 골목 중 일부 도로가 사유지임을 주장하고 있는 토지주가 지난달 7일 무단통행을 막기 위해 펜스와 도로에 경계선을 그렸다. 오수진 기자

마을 주민 고모씨에 따르면 해당 도로는 마을 개발이 이뤄지기 훨씬 전부터 주민들이 오고 갈 수 있는 좁은 마을길이었다. 현재의 골목은 인근에 빌라가 들어서면서 기부채납한 땅과 자신의 담벼락을 뜯어내면서 조금 넓어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빌라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난데없이 도로의 일부가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토지주가 나타나 문제가 된 것이다.

당시 A씨와 B씨와의 분쟁으로 경찰, 오라동사무소 직원, 시청 직원까지 총 출동해 해당 사안을 해결하려 했지만 경찰에서는 도로를 완전히 막은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도로교통법상 제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시청 측에서도 주민통행을 막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행 법령상 제지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저 건축주와 토지주의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후로도 지역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져 또다시 경찰이 현장에 나와 주변을 둘러보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에 따르면 현재 B씨는 22평(5000만원)의 땅에 대한 합의 조건으로 100평(3억)의 대가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 제주시 연미마을에서 일명 ‘알박기’ 땅 소유자가 사유지임을 내세우며 통행 도로에 철망과 펜스를 치고 경계선까지 그려 분쟁이 발생,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오수진 기자

마을 주민 고씨는 “주민들 통행에 어려움이 있어 나도 집 담벼락을 다 허물었는데, 만약 이 토지주가 도로를 사유지라 주장한다면 지적도상 도로의 일부 토지가 내 땅인데 제주시에 소유권을 주장해도 되는 것이냐”며 “수십년간 마을 사람들이 다니던 마을길을 두고 재산권을 행사하는 건 도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지역 주민 김형철씨도 “모두가 사용하는 도로에 펜스를 치고 주민들이 통행할 수없도록 한 것은 도로점령이고 횡포”라면서 “사유지라해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지, 어린이나 노인들이 통행하다 사고가 날까봐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