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집어삼킬 듯 폭발하는 화염 등 위태로운 상황에서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영화 속 소방관의 모습 을 보면 존경과 경외감에 눈물을 흘리기 충분하다.

지난 2012년 구미 불산 누출사고 당시 진화작업에 나섰던 소방공무원의 후기 중 이런 내용이 있다. “현장에 들어가면 죽는다는 말이 나오고 다들 현장에 들어가기를 회피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막아야 하고 구조대원이기에 내 의무를 다할 때가 됐구나 하고 화학복을 입으면서도 막내 소방관에게는 ‘넌 여기 남아있으라’고 지시했다. 아무래도 여기서 잘못되면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막내가 죽어도 같이 죽자면서 화학복을 입을 때 가슴으로 눈물을 흘렸다.”

소방공무원들이 많은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고, 화재진압에 나섰던 소방공무원들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하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열악한 복무 환경과 처우 등이 알려져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가 됐다. 일례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발의한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 법’을 응원하는 톱스타들이 소화기분말을 뒤집어쓰는 ‘소방관 GO 챌린지’다. 이 캠페인 취지의 입법 내용은, 소방공무원으로만 구성된 정부조직인 ‘소방청’을 만들어 모든 소방공무원의 신분을 국가직으로 해 지휘체계를 확립하게 하는 것이다. 국가직으로 단일화된 조직에서 일할 때 생기는 자긍심과 사기가 소방공무원의 눈물을 멈추게 될 것이라고 생각 한 게 아닐까 싶다.

현직에 있는 내가 생각하는 ‘소방관 눈물닦아주기’는 국민들에게 해야할 일을 신속히 하지 못함으로 휴유증을 가져오는 소방관으로서의 자책의 눈물이자, 우리들 본연의 임무가 쓰러진 국민을 위해 뛰어 가는 땀이며, 이를 오로지 하나뿐인 자기사명으로 여기는 소리없이 외침이자, 다시 웃음을 찾은 사람을 보며 보람 속 흘리는 소방관의 눈물을 닦아주자는 것이며 또한 이것이 소방관으로서의 기도이다.

“소방관이 눈물을 흘리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이는 대통령과 소방공무원과의 간담회 자리에 있던 슬로건이다. 이 슬로건이 애절해 보이는 건 이 땅의 소방공무원들이 남모르게 흘렸을 눈물과 삶의 무게가 그 속에 새겨져 있기 때문일 터다. 이젠 더 이상의 이런 모순은 없어야 하겠다.

<서귀포소방서 동홍119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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