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신 연구사의 제주식물 이야기 <36>수국

▲ 산수국의 꽃은 특이한 구성을 하고 있다. 무성의 꽃(무성화), 양성의 꽃(양성화)이 각각 따로 있으며, 흔히 장식꽃이라고도 하는 무성화의 경우 꽃받침이 마치 꽃잎처럼 크게 자라고 그 색도 흰색에서부터 홍색, 파란색까지 매우 다양한 색상을 가지고 있다. 꽃받침에 톱니가있는 경우는 꽃산수국이라 한다.

밤낮으로 꽃이 피어있는 것처럼 보여 이름 붙여진 “도채비고장”의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도채비고장은 제주 방언으로 표준말로 하면 수국종류들이라 할 수 있다. 수국종류들은 매우 다양하여 국내에 자생하는 종류와 조경용 등으로 식재하는 종류들을 모두 합치면 100여종류 이상이 된다. 물가주변이나 오름 등에 가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생육형태나 모양 등이 다른 자생종들이 자라고 있으며, 공원이나 식물원 같은 곳에는 다양한 색상의 원예용 품종들이 심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제주지역에 자생하는 수국 종류에는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산수국을 비롯하여 덩굴성인 등수국과 바위수국이 있고 조금은 생소한 성널수국이라는 종류 등 풍부하다. 특히 산수국은 또 탐라산수국, 꽃산수국, 떡잎산수국 등의 품종이나 변종이 자생하고 있어 더욱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이외로 식재하는 종류에는 꽃차례가 산방화서이고 무성화로만 구성되는 수국, 꽃차례가 원추형이고 양성화와 무성화를 모두 가지는 나무수국 등이 있다.

수국종류들은 식물도감을 보면 범의귀과(科)로 분류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지만 학자에 따라서는 수국과(科)로 해서 별도로 구분하기도 한다. 위에서 열거한 자생 수국종류들은 대부분 수국속(屬)이지만, 바위수국은 다른 수국종류와는 달리 암술대가 4∼5개로 서로 붙어 있어 바위수국속(屬)으로 구분한다.

산수국의 꽃은 특이한 구성을 하고 있다. 무성의 꽃(무성화), 양성의 꽃(양성화)이 각각 따로 있으며, 흔히 장식꽃이라고도 하는 무성화의 경우 꽃받침이 마치 꽃잎처럼 크게 자라고 그 색도 흰색에서부터 홍색, 파란색까지 매우 다양한 색상을 가지고 있다. 사실상 이 장식꽃 부분은 가짜꽃으로 벌, 나비를 쉽게 유인하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토양의 산도에 따라 색상이 변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최근에는 이 보다는 품종간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 성널수국

고개를 숙이고 조금 세심하게 보면 꽃무리의 중앙에는 작은 꽃들이 모여 있는 양성화가 있으며, 그 주변으로 형형색색의 꽃받침이 있는 무성화가 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둘레의 꽃은 무성화만 있는 것이 아니고 양성화인 경우도 있어 이를 탐라산수국이라 하고 이 꽃받침에 톱니가 있는 경우는 꽃산수국이라 한다. 자세한 관찰만이 산수국의 품종들을 구분할 수 있는 셈이다.

산수국은 저지대의 숲이나 계곡에서부터 한라산의 낙엽활엽수림지역까지 분포하고 있다.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오름이나 둘레길 같은 곳이지만, 특히 서귀포시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다.

▲ 산수국

제주지역에는 덩굴성인 수국종류들도 있는데, 큰키나무나 바위 등에 기근(공기뿌리)을 내려 자라는 등수국과 바위수국이 있다. 자라는 습성이 비슷해 구분이 어렵기도 한데, 꽃이 피어있는 시기에는 확실하게 구분이 가능하다. 두 종류를 비교해 보면 잎은 대체로 바위수국이 훨씬 크고 가장자리의 톱니가 굵고 엉성하게 있어 잎이 작고 가장자리가 잔잔한 톱니로 된 등수국과는 구분이 된다.

물론 개화시기에 보면 등수국은 경우 둘레의 꽃의 꽃받침이 흰색으로 4개이고 바위수국은 꽃줄기에 털이 있고 둘레꽃의 꽃받침은 흰색이며 1개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두 종류는 생태적으로 볼 때도 조금 차이가 있는데, 바위수국은 낙엽활엽수림대를 중심으로 볼 때 주로 해발고도가 낮은 저지대로 넓게 분포하고 등수국은 대체 저지대에서부터 낙엽활엽수림지역 및 아고산지역까지 분포해 서로 차이를 보인다. 등수국과 바위수국의 국내분포는 제주지역과 남해안 도서 및 울릉도에 분포하고 있어 제한적인 편이며, 해외로는 일본 등에 분포하고 있다.

이러한 수국종류 중 가장 최근에야 알려지고 희귀한 종류도 있는데, 2004년에 처음으로 국내에 보고된 “성널수국”이란 종류도 있다. 성널수국은 이름에 조금 힌트가 있듯이 한라산 성널오름 인근에서 처음 확인되었다. 산수국과는 달리 잎의 길이가 3∼5cm 으로 작은 편이고 가장자리에 비교적 둔한 거치가 있어 차이가 있고 꽃차례의 가장자리의 중성화는 1∼3개로 꽃잎모양의 꽃받침잎은 크기가 다른 3∼4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구별된다. 이 성널수국은 주로 한라산 남사면의 계곡에 드물게 자라며, 일본의 혼슈, 규슈 등지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수국종류들의 국내 분포특성을 기준으로 본다면, 제주도는 우리나라 수국종류들이 모두 모여 있는 수국의 보물창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산수국은 초여름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여 사람의 눈높이에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면, 등수국이나 바위수국은 눈높이 이상에서 삭막한 공간을 장식하며 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성큼 다가온 여름 야외활동의

즐거움은 다양한 수국종류를 찾아보고 각각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김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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