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배출 지키지 않는 시민들
버려지는 곳은 ‘낡은 건물’ 앞
뉴욕시 ‘깨진 유리창’ 성공적 극복

생활쓰레기 많고 재활용은 적어
제주 ‘요일제’ 성공 반가워
쓰레기 함께 양심을 버리진 말자

서울시에선 저녁 8시 이후 지정된 장소에 쓰레기를 배출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않고 아침부터 종량제봉투를 골목에 내어놓는 사람을 종종 본다. 재미있는 것은 깨끗한 건물 앞에는 쓰레기를 두지 않는다. 오래되고 낡은 건물 앞에는 늘 종량제 봉투와 무단 투기한 쓰레기가 쌓여 있다.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이 있다.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를 거리에 방치하면 사회의 법과 질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혀서 더 큰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범죄심리학 이론이다.

1980년대 중반 뉴욕시가 그랬다. 길거리엔 지저분한 낙서가 늘어났고 지하철은 위험할 정도로 더러워졌다. 그러자 작은 범죄가 하나 둘 늘더니 큰 범죄까지 일어나게 되었다. 범죄 발생률이 높아지자 기업과 중산층은 교외로 빠져나갔으며 거리마저 한산해졌다.

그런데 1995년 시장에 취임한 루디 줄리아니는 뉴욕시를 바꾸기 시작했다. CCTV를 설치해 낙서한 사람들을 끝까지 추적했다. 지하철 내부 벽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범죄를 집중 단속했다. 점차 거리가 깨끗해지고 범죄가 줄어들자 뉴욕 시민들은 자신들의 행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주위 환경이 전체적으로 더럽다면 사람들은 오물을 쉽게 버린다. 하지만 주위가 깨끗할 때는 그러지 못한다.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쉽게 들통나기 때문이다.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한 교육과 홍보야말로 대한민국 전체를 ‘깨진 유리창’이 없도록 만드는 일이다. 2015년 서울의 1일 발생 생활쓰레기는 평균 9438t였다. 5t 청소트럭 1887대 분량의 어마어마한 양이다. 재활용품 분리수거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 쓰레기종량제 봉투 안에는 재활용 가능한 종이와 비닐·음식물 등이 50% 가량 포함돼 있다고 한다.

촛불집회 후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한 광화문 거리를 보며 대한민국 국민들의 시민의식이 높아졌다고 자부했었다. 심지어 청소활동 봉사하는 사람들까지 있어, 감동 그 자체였다. 그러한 국민들이 우리 주변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너무나 다르다. 어느 게 진짜 우리 국민들의 시민의식 수준인 지 헷갈린다.

요즘 프로야구가 한창이어서 야구장을 찾는 가족들이 많다. 야구 관람객 중 ‘치맥’과 ‘피맥’을 즐긴 후 분리수거를 하지 않은 채 마구 버리고 가는 어른들이 많다는 뉴스를 접한다. 분리수거 장소가 버젓이 있지만 번거롭다는 핑계다. 이처럼 양심과 함께 버려진 쓰레기가 쌓여 더미를 이룰 정도다. 양심을 버리고 떠나는 엄마·아빠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까 안타깝기 그지없다.

제주도는 지난해부터는 생활쓰레기 감소와 재활용품 분리수거 확대를 위해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를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소각 또는 매립되는 폐기물이 감소하고 재활용품 분리수거량이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도 제주도의 쓰레기는 골칫거리라고 한다. 도민들은 불편함을 감수하며 요일제를 지켜나가 성과를 내고 있지만 관광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문제인 것이다. 또 누가 분리하고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다.

오래 전 쓰레기 매립장을 콘크리트로 봉해지던 ‘쓰레기더미’ 산(山)을 본 느낌은 충격이었다. 그 이후로 분리수거만큼은 철저히 하고 쓰레기를 줄이려 노력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매립장까지 모든 사람을 다 데리고 가서 ‘충격’을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교육하고 홍보해야 한다. 학교 교육 뿐만 아니라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홍보를 통해 분리수거 방법을 알리고 재활용품 활용을 높여 쓰레기 양을 줄여나가야 한다.

그리고 쓰레기를 매립하는 대신 에너지로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친환경적으로 소각할 수 있는 기술 또한 서둘러 개발하여야 한다. 쓰레기 문제로 전혀 걱정을 안하는 미래가 될 수 있도록 버려야 하는 쓰레기는 버리되 잘 버려야 한다. 양심을 버리거나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는 국민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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