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국 최초 조례 제정 등 모범
운동 전국 확산 제주서 시작 희망

‘장기기증’이라는 말은 26년 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소개가 되었다. 장기기증이라는 생명나눔운동은 단순한 기부나 봉사의 개념을 뛰어넘어 나눔에 대한 일대 의식의 전환을 가져오게 된 계기가 되었다. 생명나눔을 통해서 우리는 한 사회의 공동체의 일원으로 서로 생명으로 연결되어 있고, 사랑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할 존재임을 일깨워주는 나눔의 정신을 알게 한다.

19살 제주 청년 유나 양은 미국 유학생활 중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유나는 항상 이웃을 위해 헌신하며 살고자 하는 미래가 기대되는 청년이었다. 유나의 선한 꿈을 알고 있던 부모님은 고심 끝에 뇌사 장기기증에 동의했고, 유나는 27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저 하늘의 별이 되었다. 지난해 1월에 있었던 일이다. 최근에는 유나로부터 장기기증을 받아 새 생명을 얻게 된 미국의 한 의사가 한국을 방문해 유나 양 가족들과 만날 계획을 가지고 있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1991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이 땅에서 출범하고 올해 26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본부를 창립한 박진탁 이사장은 당시 미국에서 처음 교민의 뇌사 장기기증 과정을 목격하고, 한국에서 이처럼 아름다운 운동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와 생명나눔운동에 뛰어들게 된다. 장기기증이라는 용어조차 없었던 척박한 땅에서 나눔의 기적을 일구며 지금까지 대한민국 나눔 운동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 이 운동을 시작할 때가지만 해도 장기매매라는 단어가 쓰이던 때였고, 많은 국민들이 장기기증이라는 이야기만 들어도 눈길을 피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의식이 변화되어서 장기기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아름다운 일이라고 공감하는 이들이 오히려 더 많아졌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주지부는 장기부전환우와 장기기증운동의 확산을 위해 1997년에 창립됐다. 2011년에는 전국 최초로 9월 9일 제주특별자치도 장기기증의 날이 포함된 ‘장기 등 기증 장려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어 현재까지 생명나눔운동을 제주지역에서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 장기기증희망등록률이 2.5%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6년 우리나라 장기기증희망등록자 131만1181명 가운데 제주도 등록자수는 1만2427명으로 전체 도민의 1.88%에 그치는 실정이다.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의 부족, 신체훼손을 죄악시하는 유교적 전통, 그리고 막연한 두려움 등이 아직 생명나눔운동을 활성화하는데 장애요소들이다. 관련 홍보 강화가 필요하다.

지난 4월부터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양 행정시와 읍면동 사무소·보건소·의료원 등에 ‘장기기증희망등록서와 안내문’를 비치하고 도민들에게 장기기증의 의미를 알리고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또 다양한 장기기증 캠페인을 통해 도민들에게 홍보하고 장기기증희망등록식과 설명회를 갖고 있다.

매년 9월 9일 ‘제주특별자치도 장기기증의 날’에는 도청과 본부, 지역봉사단체와 협력하여 대대적인 거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22일에는 ‘제주특별자치도 장기기증활성화위원회’를 발족하고 좀 더 조직적으로 제주전역에 생명나눔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만성신부전환우(이식대기자)들을 위한 휴양의료시설로 본부에서 설립한 ‘제주라파의집’은 올해 10주년을 맞이하면서, 주민과 함께하는 다채로운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제주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장기 등 기증 장려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전국에 생명살림, 생명나눔운동을 확산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듯이, 다시 한 번 제주도가 장기기증운동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진원지가 되었으면 한다. 장기기증의 활성화를 통해 서로 사랑하고 더불어 사는 기쁨이 넘치는 제주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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