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튀니지에서 살아가기④

▲ 튀니지의 바게트
▲ 튀니지 피자
▲ 튀니지 주식으로 먹는 바케트
▲ 튀니지 전통 빵 속에 넣는 재료들
▲ 튀니지 호텔 뷔페 요리
▲ 피자나 전통 음식 '샤워로마 리바니' 등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
▲ 햄버거와 닭고기 샐러드
▲ 튀니지에서 주식으로 먹는 빵. 1디라(600원)을 주면 종류에 따라 5개에서 1개를 준다. 1개를 주는 경우에는 700밀림(420원)을 넘지 않는다.
▲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튀니지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

튀니지에서 생활하기 전까지만 해도, ‘북아프리카’하면 기아, 물 부족, 동물의 왕국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북아프리카에 대한 나의 무지와 편견에 대해 오히려 부끄러움을 느끼게 됐다. <편집자주>

사람들은 튀니지가 아프리카 대륙에 있기 때문에 튀니지 사람들이 흑인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튀니지에서는 흑인을 보기가 힘들다.

나 역시 튀니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튀니지 길가에는 바나나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튀니지에서 2년간 생활하면서 바나나 나무를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아프리카에 있는 튀니지가 바나나 수입국이라고 하면 믿기지 않을 것이다.

튀니지는 과일 천국이어서 과일 값이 아주 싸지만 바나나만큼은 쉽게 먹을 수 없다. 매우 비싸다. TV에서 즐겨보는 다양한 동물들도 동물원에 가야만 볼 수가 있다. 길거리에서 낙타도 쉽게 볼 수 없다.

튀니지국립도서관에서 우연히 알게 돼 나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에게 튀니지 초원에는 어떤 맹수들이 있는지 질문을 했더니 깔깔 웃으며 “없다”고 했다.

튀니지 사람들도 낙타 이외의 동물을 보기 위해서는 동물원에 간단다. 그러면서 나에게 튀니스(튀니지 수도)에 있는 동물원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했다.

튀니지에 온지 6개월도 채 안 돼 내가 살던 아파트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튀니지 국립바르도박물관에서 IS테러가 발생, 관광객 22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직후였다. 두려운 마음 때문에 망설였지만 북아프리카의 동물원은 어떨까하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따라 나섰다.

▲ 튀니스 벨베데르동물원

동물원은 바르셀로나 역에서 메트로를 타고 팔레스틴 역에서 내리면 되는데 시내 중심가에서 20분 거리에 있었다.

동물원은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서 제일 넓은 벨베데르 공원 안에 있기 때문에 벨베데르동물원(Zoo de Tunis/Parc du Belvédère)이라고도 부른다.

매표소에서 안내판을 살펴보니 입장권은 성인이 1.1디나르(600원), 2살에서 16살까지는 700밀림(420원)이었다. 아침 9시부터 개방해 5시45분에 문을 닫는다고 표시돼 있다.

길을 따라 맹수들을 보며 지나가는데 맹수들이 병든 것처럼 기운이 없었다. 안내해주는 학생에게 맹수들은 넓은 지역을 달리면서 생활해야 하는데 동물우리가 너무 좁아서 사자나 호랑이들이 기운이 없는 것 같다고 했더니 그 학생도 두 번째로 동물원에 와봤다면서 아프리카 초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했다.

이처럼 북아프리카에 있는 튀니지 사람들도 아프리카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2시간 정도면 여유 있게 다 둘러 볼 수 있을 정도로 동물원 규모는 서울대공원의 5분의 1정도였지만 있을 만한 동물들은 다 있었다.

그런데 코끼리와 기린이 없었다. 기원전 218년, 튀니지의 고대국가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이 코끼리를 이끌고 피레네와 알프스 산맥을 넘어 로마까지 쳐들어간 것을 기념하기 위해 오늘날의 튀니지 곳곳에는 한니발과 코끼리 조각상들이 있는데 동물원에 코끼리가 없다는 것이 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 수영을 배우는 어린이들
▲ 수영을 배우는 자녀들을 지켜보는 부모들

튀니지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과 실내 수영장이 많다. 튀니스 락(LAC, 호수)이라든가 30회에 연재한 함마멧에는 같은 이름의 대규모 카르타지 랜드가 있고, 내가 살던 아파트에서 10분 거리에도 바르도 가또고우트(KatKout) 놀이동산과 실내 수영장이 있었다. 그곳은 항상 부모와 어린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튀니지 부모들은 우리나라 부모들 못지않을 정도로 교육열이 아주 높기 때문에 자녀들을 데리고 놀이시설과 수영장을 자주 찾는다. 놀이기구는 종류에 따라서 표를 내는 숫자가 다르다. 입구마다 몇 장을 내라는 숫자가 적혀있어서 그것을 보면서 표를 내면 놀이기구를 탈 수 있다.

▲ 튀니스의 지투나 휘트니스클럽
▲ 튀니스의 휘트니스클럽
▲ 튀니스의 휘트니스클럽에서 태권도 승급 심사
▲ 튀니스의 휘트니스클럽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어린이
▲ 필자가 2년 동안 다녔던 지투나 헬스장 회원증

나는 건강과 여가활동을 위해 2년 동안 동네에 있는 헬스장을 다녔다. 운동 시설은 한국 만큼 잘 갖추어져 있었다. 헬스장에서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튀니지의 헬스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에어로빅도 가르치고 아동들을 위해 태권도도 가르치는데 하루는 운동을 하러 갔더니 내가 한국인이라고 나에게 태권도 승급 심사관 증을 주면서 승급 심사를 해달라고 부탁해왔다. 내가 배웠던 태권도는 군 시절이 전부였지만 간곡한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서 심사를 한 적이 있다. 튀니지에서는 우리의 태권도가 시골마을에까지 널리 전파돼 있다.

튀니지에서 아파트를 임대해서 살았다. 그런데 튀니지는 임대 방법이 특이하다. 튀니지의 주거지는 크게 빌라(Villa), 아파트, 스튜디오(Studio)로 나뉜다. 우리와 달리 단독주택을 빌라라고 하며 원룸형태를 스튜디오라고 한다.

튀니지 로마 주택 유적지에 가면 빌라라는 안내판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빌라가 아니라 단독주택을 말하는 것이다.

튀니스에서 방 두 개, 부엌 거실이 있는 아파트를 임대하는 경우는 한 달에 300디나르(18만원)정도가 든다. 내 경우는 가구와 식기, 에어컨 등 모든 필요물품이 다 갖춰져 있는 아파트를 임대했는데 한 달에 900디나르(54만원)를 지불했다.

특이한 점은 1년 연장할 때마다 마다 법적으로 5%씩 임차료가 인상된다는 것이다. 집을 계약하면 구청에 가서 신고를 해야 하는데 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외국인이 사기를 당하지 않았는지 확인하려고 계약서를 읽어 보라고 해서 당황한 적이 있다. 계약서는 불어로 써 있어서 읽을 수가 없었다. 다음날 다시 방문해서 인증서를 받았다.

집을 찾을 때 내 경우는 튀니지 부동산 사이트

(http://www.tunisie-annonce.com/AnnoncesImmobilier.asp)를 보면서 현지인의 도움으로 집을 임대할 수 있었다.

튀니지는 물가가 저렴해 아랍어나 불어를 배우려는 한국 유학생들이 많이 오는데 이 사이트를 알아두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 경우 임대료는 외국인이라고 비싸게 받았지만 시설은 호텔급이었다.

▲ 필자가 살았던 바르도의 아파트
▲ 필자가 살았던 바르도의 아파트
▲ 필자가 살았던 바르도의 아파트
▲ 필자가 살았던 바르도의 아파트
▲ 필자의 아파트 부엌
▲ 필자의 아파트 임대 계약서
▲ 필자의 아파트에서본 거리 풍경
▲ 필자의 비자(사증)

튀니지 민속놀이 중에 비스(Bis)라는 놀이가 있다. 남자아이들이 땅바닥에 구멍을 만들거나 동그라미 표시를 해서 자신의 구슬을 손으로 쳐서 넣으면 다른 구슬을 맞추면 이기는 게임인데 우리나라의 구슬치기와 비슷했다. 비트엘헤지 또는 까헤(Bitelhej or carre)는 땅에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돌을 1번 칸에 던진 후에 돌이 있는 칸을 제외한 나머지 칸을 한 발 또는 양발로 모두 밟아 7번 칸에 도착하면 이기는 게임이다. 한국의 사방치기와 비슷하다.

이외에 자치기와 줄넘기도 어린이들이 많이 하는 민속놀이다. 우리의 민속놀이와 별반 다르지 않음에 놀랍기만 하다. <고병률 제주도작은도서관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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