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편히 떠날’ 호스피스 재정 걱정없는 운영
18일 평전 발간기념행사서 지역사회 후원 희망

▲ 지난 18일 오후 제주시 건입동 김만덕기념관에서 열린 ‘성이시돌 복지의원 후원 및 맥그린치 신부 평전 발간 기념행사’에서 맥그린치 신부가 답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돼지신부’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맥그린치(임피제·89). 1954년 4월, 20대 나이에 제주로 부임해 온 청년은 어느덧 백발노인이 됐다. 60여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제주인들만을 위해 헌신해 왔던 신부 맥그린치는 자신의 생에 있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힘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마음을 내비치며 또한번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지난 18일 제주시 건입동 김만덕기념관에서는 맥그린치 신부의 마지막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이는 ‘성이시돌 복지의원’에 대한 후원을 독려하고, 그의 삶과 업을 기록한 평전 발간 기념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맥그린치 신부는 “호스피스는 불치병이나 큰 병으로 더 이상 치료 할 수 없는 불쌍한 환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세상을 마음 편히 떠날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이라면서 “이들을 돕는 것은 입원한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 가족까지도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호스피스 병원인 성이시돌 복지의원에서는 죽음이 임박한 환자를 입원시켜 불필요한 연명 치료가 아닌 고통 덜어주기 위한 보호를 중심으로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젊은 시절은 굶주림에 힘겨워 하는 제주인들의 식생활을 해결하기 위해 헌신을 다했다면, 인생 후반기는 사회적 무관심과 재정적 어려움으로 쓸쓸히 임종을 맞는 이들을 위해 친구가 되어주는 길을 기꺼이 택했다.

2007년 한림읍 금악리로 이전한 성이시돌 복지의원은 10개 병실과 20개 병상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시돌농촌사업개발협회의 지원으로 전액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재정적 어려움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맥그린치 신부는 “제주도민 가운데 3000명만 1000원, 3000원, 5000원씩만 성이시돌 복지의원을 후원한다면, 호스피스 병동의 재정 걱정은 전혀 없을 것”이라며 소외된 이들을 위한 아낌없는 손길을 부탁했다.

성이시돌 복지의원을 후원하는 데 쓰일 예정인 맥그린치 신부의 평전은 양영철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30여년 동안 이시돌협회를 연구한 자료들을 모아 집필했다.

이 평전에는 이미 언론 등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맥그린치 신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제주인들에게 돼지 한마리씩을 나눠주고, 그 돼지가 새끼를 낳으면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연간 3만 마리를 생산하는 아시아 최대 양돈목장 만든 신부. 한림수직, 4H클럽, 한림수협, 양로원, 요양원 등을 일궈내며 제주 근대화의 선구자, 개척자로도 불린 그의 일대기다. 

이날 행사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축사를 통해 “아일랜드에서 지구 반대편 제주까지 와 60여년을 지역민들을 위해 오롯이 봉사한 맥그린치 신부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평전 발간이 맥그린치 신부의 헌신과 사랑을 세상에 퍼트리는 불씨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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