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은 시큰둥…고증에는 소홀한 복원 사업 진정성 의문
“탐라지에도 실려 있지 않은 내용 담겨 진본 맞는 것 같다”

1833년 관덕정 개보수 당시의 역사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관덕정 중수기(重修記) 현판이 최근 다시 제주에 돌아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수백억을 들여 관덕정을 복원하겠다던 제주도는 분실됐던 중수기가 돌아왔는 데 정작 시큰둥하면서 복원 사업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이 들고 있다.

한국의 문화예술 경매회사에서 유찰 된 것을 매입한 고창진씨(제주시 이도2동)는 최근 제주도 문화재 위원으로부터 “관덕정 중수기 현판으로 추정되는 이 목판에는 탐라지에도 실려 있지 않은 내용들이 들어있다. 진본이 맞는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다.

향후 전문가의 고증이 좀 더 필요하겠지만, 이 목판 내용을 보면 당시 관덕정을 고치게 된 계기와 도와준 사람들의 명단 등이 기록돼 있어 잃어버린 역사를 찾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화예술 경매회사 코베이 측은 당시 중수기를 출품하며 “관덕정은 제주의 영욕을 말없이 지켜본 ‘목격자’이지만 기록이 발견되지 않고 있었다”며 “이 중수기가 그간 명확하지 않았던 관덕정 중수를 둘러싼 비밀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행정의 반응은 조용하다. 개인 수집가인 고씨가 행정에서 매입해 도민들에게 공개하고 역사적 가치를 조명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요청했지만, 일반인인 고씨에게 직접 고증자료를 확보하고 서식 등을 갖춰 서류를 제출하라고 한 것이다.

고씨는 “본인들이 해야 할 일을 일반인인 나에게 떠밀고, 필요하면 연락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연락이 없다”면서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물건을 집에서 보관하다 상할까 걱정된다”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실제 관덕정은 10여 차례 넘게 고쳐지고, 기록들이 대부분 소실되면서 외형은 물론 역사적 의미를 파악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어 왔다.

최근 제주도가 지난 역사를 되살리기 위해 관덕정 광장 등을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 하고 있지만, 정작 고증에 대한 노력에는 소홀한 모습을 보이면서 아쉬움에 대한 목소리는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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