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과대포장 소비자 농락
성분 허위표시도 ‘사기’
대선 판에도 비슷한 양상 우려

정치인들 ‘코스프레’가 문제
국민에 대한 기만일 수도
정체성과 정책으로 승부해야

세상에서 나쁜 사람도 많고 나쁜 짓도 많다. 먹는 것을 갖고 장난치는 일도 최고로 나쁜 짓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이용해 존엄성을 농락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법과 제도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재료와 음식마다 원산지를 밝히고, 공산품은 반드시 성분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장난’을 치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나라 제과업체들이다. ‘질소를 사면 과자를 덤으로 준다’는 말이 질소충전 과대포장을 빗댄 우스갯소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이다.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에 따르면 롯데·오리온·해태·크라운 등 국내 대표적 4개 제과업체에서 판매하는 과자 20종의 포장비율을 조사한 결과 85%인 17개 제품 내용물의 부피가 포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어느 감자칩은 3분의2가 질소였다. 이러니 질소를 판다는 얘기가 나온다.

제과회사들이 동심을 상대로 ‘삥’을 뜯는 셈이다. 과대포장은 소비자에 대한 농락이다. 솔직히 ‘사기’를 당하는 느낌이다.

최근 천호식품에서 ‘가짜 홍삼농축액’이 대거 발견, 전량 회수 조치되는 일이 벌어졌다. 회장이 “남자에게 좋은데 정말 좋은데 무어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라는 광고카피로 유명세를 타며 성장한 업체였다.

검찰 조사결과 1차로 제품 4종에서 ‘가짜 홍삼농축액’이 적발된 이후 지난 5일 가짜 제품 2종이 또 다시 발견된 것이다. 회사 측은 조건 없는 전량 회수 및 환불조치를 진행하는 한편 유명세를 탔던 회장은 사퇴 입장을 밝혔다.

사필귀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판에도 과대포장과 ‘가짜 홍삼액’이 유통될 조짐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결로 조기대선이 기정사실화되는 가운데 속속 등장하는 대선후보들 얘기다.

최근 가장 논란이 많은 사람은 바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다. 그는 10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 12일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진보주의자인가 보수주의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답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보수면 보수고, 진보면 진보여야 한다. 왼쪽인가 오른쪽인가를 물었는데 “왼쪽 같은 오른쪽”이란 말과 같다. 형용모순으로 어불성설이다.

반 전 총장의 ‘서민 코스프레’도 논란이다. 네티즌과 SNS의 반응이 뜨겁다.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방향은 차치하고 하여간 ‘노이즈 마케팅’에는 성공했다. 그의 철학을 빌린다면 ‘부정적 긍정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은 공항전철역에서 터졌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평시민이 됐으니까 지하철도 자주 타고 시민들과 호흡을 같이하려 한다”고 한 것까진 좋았다. 그런데 공항철도 승차권 구입을 위해 1만원권 지폐 2장을 한꺼번에 집어넣으려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서민적 행보 ‘코스프레’가 들통 나고 말았다.

지난 15일에는 충북 음성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누워있는 어르신에게 죽을 떠먹이는 모습도 논란이 됐다. 죽이 떨어질 수도 있는 할머니에게 턱받이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반 전 총장 자신이 턱받이를 한 것이다.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지탄이 쏟아졌다. 이에 “꽃동네 측에서 요청한 복장이었다”고 반박하고 있으나 논리가 약하다. 일국의 대통령이 돼보겠다는 사람이 턱받이 하는 것에 대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사회복지시설 핑계다.

이러지 말자. 고급공무원에 장관 등 국내의 고위 관료 경력과 국가원수 급의 유엔 사무총장까지 지낸 스펙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 외국에 오래 있다 보니 지하철이 어색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냥 편하게 자가용을 이용하면 된다.

장점은 장점이고 약점은 약점이다. 약점은 솔직히 인정하고 장점이 약점을 충분히 덮고도 남을 ‘재목’이라고 국민들에게 어필해야 한다.

코스프레’는 자신을 ‘과대포장’하고 ‘성분’을 속이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국민에 대한 기만일 수도 있다. 소고기가 들어가지 않고 소가 발만 담그고 지나간 것은 ‘소고기라면’이 아니다.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코스프레를 그만두고 자신의 정체성과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자장면이면 자장면이고 짬뽕이면 짬뽕이다. ‘짬뽕 맛 자장면’을 국민들은 원치 않는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