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일 세월호 아픔 현재진행형
진실 찾기도 제도에 밀린 양상
법치의 방패 뒤서 숨어 웃는 자들

새벽 알리는 소리 경멸하는 이들
국민 화나면 배 엎을 수 있다는데
반추한다 “권력은 국민에게 있고…”

차가운 바다 깊이 있는 아홉 사람, 세월호 사건도 벌써 1000일을 넘어섰다. 웬만한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 아픔이 더러 잊혀지기도 무뎌지기도 하건만 세월호의 아픔의 기억은 여전히 또렷하고 현재진행형이다.

참사 후 침몰 선박에서 시신을 거두어 뭍으로 보내온 잠수부들은 마음의 상처가 깊어 더러는 생을 마감하고 더러는 생이 저당 잡힌 세월을 버티고 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아남은 것 자체가 죄가 되어 형벌 같은 시간 속을 버티면서, 잃어버린 친구와 잃어버린 가족과 잃어버린 시간들 속에서 아픔만을 곱씹으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세월호의 진실 찾기도 파헤치는 자와 막는 자와의 현재진행형이다. 진실 찾기에 수단이 돼야할 제도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1심 재판에서 옥시대표에게는 7년 징역, 전 대표에게는 무혐의, 벌금 1억 5000만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10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이 사건에서 그 수많은 사람들과 가족의 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자본가 우선의 경제와 법치의 방패 막 뒤에 숨어 웃는 자들을 맥없이 바라보고 있다.

새해에 들어서도 촛불은 꺼지지 않고 거세지는 겨울바람 속에서도 염원 앞에선 마음은 흔들림이 없다. 하지만 전 국민이 분노하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와중에 선글라스와 군화에 태극기를 흔들며 막장드라마에서나 나올듯한 극단적이고 격한 주장을 하는 집단도 함께 본다.

최순실에게 사실상 위임한 사적 권력의 농단은 국정 전반 그 어디에도 손 뻗지 않은 곳이 없었고, 문화계블랙리스트라 떠도는 명단 속에서 필자의 이름도 확인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행되는 검열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을 접하며 유신시대의 독재 망령을 다시 보는 것 같아 소름이 돋는다.

삼성은 정유라라는 개인에게 300억원을 ‘성심껏’ 투자했으나 자신의 회사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들에겐 이런저런 핑계 끝에 500만원을 던져 주었을 뿐이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금요일은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라 하여 오후 3시에 조기퇴근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열정페이로 후려치는 경영자들을 본다.

우스갯소리로 3명이 일할 양을 2명이 하는데, 사용자는 그 중 1명을 더 줄일 고민을 한다고 한다. 사람의 자존과 노력을 갈아서야 버텨내는 직업의 현실에서 웃는 자는 누구인가. 저녁이 없는 현실이라 자조하며 생이 곪아갈 때, 만찬을 누리며 여유를 부린 자들 말이다.

지난해 12월29일 행정자치부가 내놓은 ‘가임기 여성지도’에서 이 나라에서 여성이 처한 현실을 바라본다. 한 사람의 ‘서사’를 지워내고 단지 ‘자궁’으로 존재하는 숫자들을 보면, 출생률이 떨어지는 근원을 찾을 생각 없는 행정편의와 여성비하적인 현실이 있을 뿐이다.

교수신문은 2016년을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선정했다고 한다. 배를 뜨게 하는 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음을 뜻하는데,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 분노와 힘을 표현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의 염원을 담아 새해가 밝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미래가 밝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 사람들은 ‘총명한 닭의 해’라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죽음이 도사린 곳, 생명이 경시되고 생명이 존중받지 못하는 곳에서, 늘 구조적 약자들은 잠재적 피해자로 존재하는 이 지독하게 무서운 현실 가운데 새해가 밝은들, 약자들의 고통을 담보로 유지되는 이 사회의 단상을 선명하게 바라볼 뿐이다.

각설하고 닭이 울면 새벽이 오는 것일까.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를 경멸하는 이들이 버티고 있는데 새벽이 오기는 올까. 권력을 잘못 위임한 결과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작금, ‘재조산하(再造山河)’ 임진왜란 폐허의 조선 산하를 새로이 만들 수 있는 기회라 위로한 이순신 장군의 뜻과 같이 시민들이 대오각성 하면 새벽은 올 것이라 믿는다.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천명하고 있다. 새해 이 구절을 거듭 반추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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