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무역 감소 불구 제주는 증가
제주만의 것 가치화 등 ‘틀’ 바꿀 때

오늘 12월5일은 ‘제53회 무역의 날’이다. 법정기념일인 무역의 날은 당초 11월30일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한 1964년 11월30일을 기념, ‘수출의 날’로 지정했다가 1990년 ‘무역의 날’로 명칭이 바뀌었다. 그리고 5000억 달러 수출 등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돌파한 2011년 12월5일을 기념하기 위해 이듬해부터 ‘무역의 날’을 12월5일로 변경한 것이다.

올 한해 기분 좋은 뉴스보다는 우울한 소식이 더 많았던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 수출도 매월 감소세를 반복했다. 전체적으론 지난해보다 6%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 감소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추세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무역규모 1조 달러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올해 제주 무역인들은 열정을 보여주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산업기반 속에서도 제주도 수출은 10월까지 1억 달러를 넘어서 전년 동기 대비 9% 정도 증가했다. 전국에서 제주도 등 일부 지자체만 수출이 늘었다. 연말에 1억2000만 달러가 예상되는데 2012년부터 5년 연속 1억 달러를 달성하게 된다.

올 들어 무역협회 제주지부는 많은 수출기업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이미 상당규모의 수출을 하고 있는 베테랑 무역인부터 수출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이는 내수기업인들까지 다양한 무역인들을 만났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금액이 적더라도, 가끔은 손해를 보면서까지 수출하고 있는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어도 지자체나 수출지원기관 등에 어렵다고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수출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제주도 수출의 지속성장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도 우리를 둘러싼 수출환경은 만만치 않다. 세계경제 저성장 지속이 가장 큰 불안요인이다. 지역 1위 수출대상국인 일본의 엔저 재시도 움직임, 미국 신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중국의 비관세장벽 강화 등이 도사리고 있다.

사실 제주도 수출은 넙치류·소라·생소·녹차·감귤농축액·백합·전복 같은 1차산품이 이끌어가고 있다. 평소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았던 모노리식집적회로·차량용 펌프·사출식 금속주형 등의 공산품도 10대 수출품목에 들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수출액중 1차산품 비중이 2%정도인 현실과 앞으로 저성장국면에 접어드는 환경을 감안할 때 제주도의 수출, 나아가 경제가 1차산품만으로는 힘이 부칠 것이다. 제주산 원료를 사용한 가공식품이나 화장품도 오히려 육지부 대기업이 더 혜택을 입을 상황이다.

1차산품의 신규 수출은 쉽지 않다. 기존 수출상품 고령화에 따른 동력상실도 우려된다. 제주도 여건상 공장시설 확충이 어려워 공산품 제조도 기대하기 어렵다. 수출의 틀을 바꿔야 한다. 수출액 위주에서 제주만의 전통과 매력을 가치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들도 내수와 수출을 구분해선 안될 것이다.

이제는 모든 기업이 국제경쟁력에 직면해 있다. 소비재나 중간재가 아닌 명품을 수출하는 기업도 나와야 한다. 지자체도 이제는 ‘기업가형 마인드’를 지녀야 할 것이다. 제주기업의 경쟁력이 제주도의 경쟁력이다. 메이드인 제주가 아니라 제주만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눈에 보이는 것만 수출하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무역은 1970년대 석유 위기·1990년대 IMF 외환위기·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려운 시기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수행해 왔다. 올 한해 제주도 수출을 이끌어준 우리 무역인들에게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

브라질 속담에 ‘우리가 혼자 꿈을 꿀 때, 그것은 단지 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여럿이서 같은 꿈을 꾸면 그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로 변한다.’라는 말이 있다. 제주도 무역인들의 꿈을 한데 모아 내년에도 힘찬 전진을 다짐하는 연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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