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꺼질 것이라던 촛불은 꺼지기는커녕 더욱 강한 빛을 발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에 공분(公憤)한 여론이 3일 또다시 전국을 촛불로 뒤덮었다.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집회에도 1만명 이상이 몰리는 등 주최 측 추산 연인원 232만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 집회로 기록될 전망이다. 청와대와 시위대 간의 거리도 부쩍 줄어들었다. 시위대들은 100m 떨어진 지점까지 행진하며 청와대를 포위, “박근혜 즉각 퇴진(退陣)”을 외쳤다.

이날 참가자들은 “박 대통령 3차 담화의 본질은 자신은 죄가 없고, 명예로운 퇴진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며 “즉각 퇴진이라는 국민 명령을 거부하고 국회를 이용해 자신의 범죄행위를 덮으려는 대국민 사기극(詐欺劇)”이라고 맹비난했다.

민심의 인내도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6차 촛불집회는 축제 같은 분위기로 진행됐던 이전과 달리 다소 강경한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 촛불 행진에 처음으로 대규모 횃불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국민들의 얼굴에서 웃음은 줄어들고 표정은 점점 굳어가고 있다. 마치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분위기다.

이번 주는 최순실 등의 국정농단(國政壟斷)에 분노한 ‘촛불 정국’이 중대 기로에 서게 된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박 대통령에 요구한 ‘4월 퇴진’에 대한 입장표명 기한이 7일까지다. 또 탄핵안 국회 표결 마지노선도 9일로 정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촛불 정국’의 향방이 좌우될 전망이다.

현재 민심(民心)은 그야말로 폭발 직전이다. 주 표적은 대통령이지만, 오락가락하는 여야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우국(憂國)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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