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한국사 검토본 고려시대 ‘탐라국’ 미표기
제주사랑역사모임 “옛 제주 일본과 같은 색” 지적

▲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왼쪽)와 중학교 역사교과서에 제주를 일본땅으로 오해할 수 있게 채색한 지도가 실렸다.  
▲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82쪽에 실린 지도. 제주도가 일본땅과 같은 색으로 표기돼 있다.

교육부가 공개한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에 고려시대까지 제주도에 존재했던 옛 왕국인 탐라국을 일본 땅과 같은 색으로 표시한 지도가 실려 논란이 되고 있다.

제주사랑역사교사모임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고등학교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고려의 지방행정’ 지도에 탐라국이라는 명칭을 기재하지 않고, 일본 열도와 같은 색으로 표시해 탐라국을 일본 땅인 것처럼 표기했다”고 지적했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현장검토본 82쪽을 보면 고려의 지방통치 체제를 설명하는 지도에 제주(당시 탐라국)가 일본 열도와 같은 색으로 표시돼 있다.

물론 일본과 제주 외에 고려 국경 북쪽도 같은 색으로 처리돼 해당 지도가 단순히 제주를 일본 땅으로만 표기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당시 제주에 탐라국이라는 왕조가 분명히 존재했음에도 무기명으로 처리한 데다 바로 아래 일본 땅과 같은 색으로 표기해 자칫 학생들에게 당시 제주가 일본 땅이었던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은 중학교 역사교과서 1권 126쪽에서도 고려의 지방행정을 나타내는 비슷한 지도에서 그대로 발견됐다.

제주사랑역사교사모임은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에는 탐라를 독자적인 색깔로 칠하고 이름도 기재해 놓고서는 고려 시대 때부터 없앤 이유가 중앙권력 중심의 시각이 강하게 반영된 것 때문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면서 “이러한 교과서는 당장 폐기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교과서의 다른 지도에는 제주가 고려 땅으로 표시돼 있다며 단순히 채색과정의 오류인 만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탐라국(기원전 57년~1402년)은 제주도에 존재했던 왕국의 이름으로 삼국시대부터 고려 및 조선 초기까지 이 이름으로 불렸다.

한편 역사교사모임은 이외, 역사교과서가 중·고등학교 과정을 통틀어 제주4·3을 단 몇 문장으로 단순 기술한 문제에 대해 “제주 4·3 사건의 도화선인 1947년 3·1 기념대회의 발포 사건에 대한 부당성이 누락되는 등 전반적으로 4·3 사건의 배경과 원인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고 희생자의 규모도 단지 ‘많은’ 이라고 기술해 사건의 심각성을 축소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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