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회> 함마멧①

▲ 함마멧에서 본 지중해

나불 지역에서 합승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 동행하던 튀니지 여대생 돌사프(Dorsaf)가 함마멧(Hammamet)은 3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말해주었다. 제1구역은 이슬람 풍의 상업지구 송뜨르함마멧, 제2구역은 스페인인지 프랑스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유럽과  닮은 야스민함마멧, 제3구역은 외곽지에 신흥 주거지역으로 조성된 바렉싸함마멧이다. 이 구역을 다 합쳐 함마멧이라고 한다. 돌사프는 먼저 카스바가 있는 제1구역부터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편집자주>

▲ 방어를 위해 요새로 축조된 카스바. 지금도 그 옛날의 대포과 보인다.

▲함마멧 제1구역으로
나불에서 합승택시를 타고 지방도로를 따라 1시간 정도 달리니 서서히 아랍 특유의 타원형 지붕에 외벽이 하얀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주시 중앙로가 목적지라고 한다면 제주시 외도동 정도 온 셈이다. 함마멧으로 들어서는 변두리에서 다시 30여분을 더 달리니 카스바와 메디나가 있는 송뜨르함마멧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유적보호를 위해 차들이 진입할 수 없다고 했다.

경찰들이 도로 한가운데에 차단막을 설치하고 내국인인 경우에는 철저하게 검문을 하고 있었다. 내가 그 지역을 통과하면서 검문하고 있는 경찰들에게 “앗살라-ㅁ 알라이쿰” 이라고 인사를 했더니 가만히 처다만 본다. 순간적으로 내가 발음이 안 좋았나 걱정을 하면서 다시 “아슬레마”하고 인사를 건넸더니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와 알라이쿰 살람”이라며 나에게 인사를 해주었다.

▲인사를 좋아하는 튀니지 사람들
“앗살라-ㅁ 알라이쿰”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어로서 “안녕하세요”라는 뜻이다. 먼저 인사를 하는 사람이 “앗살라-ㅁ 알라이쿰”이라고 인사를 하면, 상대방은 “와 알라이쿰 살람(당신도 안녕하세요?)”이라고 응대를 해준다.

아랍어는 정통 아랍어와 국가별 아랍어가 있다. 정통 아랍어는 사우디아라비아어다. 튀니지어도 아랍어이지만 다른 아랍국가에서가면 잘 통용이 되지 않는 아랍어이다. 다른 아랍국가에서 튀니지 아랍어를 사용하면 금방 “너 튀니지인이지?” 하고 금방 알아본다. 다른 지방에 가서 제주어를 사용하면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과 같다. 알제리 아랍어나 모르코 아랍어도 마찬가지다. 아랍인들이 6세기부터 각 나라에 정착하면서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융화가 되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튀니지 인들은 공공기관이나 각종 세미나에서 발표할 때는 공용어인 불어를 사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 튀니지 정부에서도 일부 부처를 중심으로 정통 아랍어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튀니지 공무원들도 정통아랍어 문서를 만들려면 아랍어를 다시 공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서 별로 효과가 없어 고민 중이라 한다.

카스바 입구에 도착하고 나서 경찰관이 매표소 직원에게 뭐라고 하더니 입장권을 사지 말고 그냥 들어가라고 가라고 했다. 입장료 5디나르(3000원), 사진 촬영비 1디나르(600원)였는데 간단한 인사말로 이런 호의를 받게 된 것이다.

튀니지국립도서관에서 일하는 나는 같은 직원들을 하루에 여러 번 만난다. 한번은 아침에 출근하면서 인사를 했기 때문에 다시 만날 때는 웃기만 했는데 기분 나쁜 표정을 짓기에 동료에게 물어봤더니 튀니지에서는 하루에 몇 번을 만나더라도 서로 인사를 나눈다고 귀띔해주었다. 그 만큼 튀니지인들은 인사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 잘못 들어 갔다가는 빠져 나오기가 어려운 꼬불꼬불한 미로 길

▲방어를 목적으로 지어진 함마멧
함마멧은 지중해를 바라보는 해안도시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튀니지에서 호텔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카스바 안으로 들어가니 아랍식 정원이 있다. 1층에서 망루로 올라가는 계단은 아주 가파르다. 망루에 올라가니 카스바 뒤쪽은 지중해였다. 여기도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 에메랄드빛이다.

성벽 앞쪽으로는 함마멧의 옛 도시와 전통시장인 ‘수끄 알 메디나’(수끄=시장, 메디나=함마멧의 고대 도시)가 다 조망된다. 튀니지의 아랍의 요새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성 속에 수도승이 살면서 방어 역할을 하는 ’리밧‘과 아랍 도시의 방어를 위해 시가지 일부 또는 그 외곽에 지은 성(요새)인 ‘카스바’다. 함마멧의 성은 방어를 목적으로 하는 카스바라고 한다. 카스바에서 나와서 옛 도시인 메디나로 들어가니 지금도 성 안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수백 년 된 옛 도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안내서를 보니 함마멧의 구도심인 메디나(Medina)는 9세기 아글라비드 왕조(800~909년, 알제리, 리비아, 튀니지 일대를 지배한 이슬람 왕조)의 첫 도시로, 이후 하프시드(Hafsid) 왕조(1228~1574)가 1463~1474년에 재건했다고 돼 있다. 지금 이 곳 메디나 골목길은 수크(전통시장)가 되어 관광객을 상대로 기념품 가게들이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다. 바닷가에 접해있는 성벽 쪽으로 나오니 성벽 아래에는 카페들이 늘어서 있고 많은 관광객들이 차를 마시면서 지중해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있었다.

▲ 카스바 광장의 관광객들

▲선녀를 닮은 인어조각상
다시 해안을 따라서 카스바 광장으로 나왔다. 함마멧의 최고 인기 명물인 거대한 푸른색 인어 공주 조각상이 서 있다. 인어공주는 1836년 덴마크의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쓴 슬픈 동화다.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인어 공주상은 애절함과 슬픔 모습을 갖고 있지만 이곳에 있는 인어공주는 우리의 설화에서 나오는 선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신기하기만 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중해를 갖고 있는 튀니지에도 또 다른 인어공주의 전설이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 내용이 그리 애절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인어 공주상을 배경으로 차례를 기다리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서히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오늘 하루에 함마멧을 다 탐방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송뜨르함마멧에서 튀니스로 향했다. <고병률 제주도작은도서관협회 상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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