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지상주의’ 제주체육 페러다임 바꿔야
(1) 한쪽으로 치우친 투자

지난 2014년 제주에서 개최된 제95회 전국체전에 참가한 제주도선수단 금메달 52개와 은메달 54개, 동메달 61개 등 모두 167개의 메달을 획득, 총점 3만1860점으로 전국 17개 시·도 선수단 가운데 종합순위 11위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 성적(금메달 순위 9위)을 올렸다. 이는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최하위는 면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체육계 안팎의 의견이 모아지면서 공격적인 선수 영입을 통한 ‘V(victory) 2014’ 프로젝트의 성공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듬해 열린 제96회 전국체전과 지난 10월 제97회 전국체전에선 또 다시 제자리(종합 16위)로 돌아갔다. 제주매일은 성과주의 제주체육의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앞으로 수회에 걸쳐 관련 기사를 연속 보도한다.<편집자주>

▲ 지난 10월 충남 아산시 일원에서 개최된 제97회 전국체유대회에 참가한 제주도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제주도의 메달 수확은 대부분 직장운동경기부를 비롯한 일반부 선수(전체 약 50%)들에게 치중된다. 이는 선수 기반이 약하다는 의미로 체육계는 이를 ‘역삼각형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제주도는 엘리트 체육 발전과 어린 선수들의 동기 부여 등을 위해 양 행정시와 함께 직장운동경기부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종목인 경우 메달 획득을 위한 우수선수 영입이라는 이유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선수들은 제주가 아닌 도외 훈련을 고집하면서 기존(제주) 선수들과의 괴리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체육계에선 ‘메달=투자(돈)’라는 공식이 자리 잡고 있다. 때문에 지난 2014년 제주체전 당시 이른바 ‘A급’ 선수 영입에 적잖은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일부 고액연봉선수들인 경우 제주에서 훈련 자체를 거부하면서 선수 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사재혁은 지난 2014년 전국체전에서 제주도 대표로 참가, 대회 3관왕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사재혁이 제주도 대표선수였다는 걸 기억하는 도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제주도체육회는 부상을 입고 재활 중이던 사재혁의 메달 가능성을 보고 영입작업에 나섰고, 사재혁은 그 기대에 부응했다. 제주에서 재기에 성공한 사재혁은 이듬해 미련 없이 제주를 떠났다.

한국 여자단거리 육상의 간판 감민지 역시 유사한 경우다. 제95회 전국체전을 앞두고 영입(1년 계약 후 2년 연장)된 김민지는 100m와 200m에서 금메달을 수확했으며 , 지난해 역시 대회 2관왕에 올랐다. 김민지는 올해 말 계약기간 만료로 제주도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공통점은 ‘체육=투자’라는 공식이 맞아떨어졌다는 것과 자신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훈련을 해 왔다는 것이다. 당연히 국내 정상급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면서 기량 향상을 꿈꿨던 어린선수들의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올해 제주도청 직장운동경기부 운영 예산은 모두 49억8760만원(장애인부 포함). 내년에는 5억1500만원 증가한 55억260만원이 반영돼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양 행정시(각 13억여원) 예산 등을 포함할 경우 내년도 전체 예산은 78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직장운동경기부 전체 예산 중 절반 이상이 선수 연봉 등 인건비로 사용되는 것을 감안 한다면 내년도 메달 확보 비용은 4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이다. 이를 두고 체육계에선 예산 대비 상당한 성과(메달)를 거두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도민사회 일각에선 이 같은 성과 위주의 선수영입 방식이 아닌 학교 체육 시설 인프라 확충 및 선수 저변 확대를 위한 종자돈으로 사용된다면 향후 제주체육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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