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법 20년 불구 제주 ‘퇴행’ 느낌
감출수록 도민 불신·의혹만 커져

우리나라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지난 1996년 제정, 시행해 오고 있다. 약해서 ‘정보공개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공공기관 정보에 대한 공개 의무 및 국민의 공개 청구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다.

목적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다. 법은 공공기관에 대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공개할 것을 명문화하고 있다.

법에 따라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정보’란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 또는 취득하여 관리하고 있는 문서·도면·사진·필름·테이프·슬라이드 및 이에 준하는 매체 등에 기록된 사항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20년 역사’를 가진 정보공개법이 법 목적과 어긋나게 퇴행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지난해 행정정보 공개비율은 96.9%(비공개 비율 3.1%)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꼴찌를 면치 못했다. 행정정보 공개 1위는 공개 98.2%(비공개 1.8%)의 광주광역시다.

특히 제주도청의 2016년 정보공개 비율은 94.5%로 전년보다 2.4%포인트 더 낮아지고 있다. 양 행정시의 2016년 행정정보 비율도 제주시 95.8%, 서귀포시 97.2%로 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보 공개비율이 낮다는 것은 투명성이 부족하고 도민과의 소통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나타낸다. 정보의 비공개는 행정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전국 최하위 수준의 청렴도 평가와도 연결된다고 불 수 있다.

정보공개법에도 불구, 행정의 정보 감추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를 테면 학교 정수기 수질검사 결과나 음식물폐기물 발생처리 결과 등 전혀 정보공개에 문제가 없는 사안들도 업무미숙으로 비공개나 부분공개로 처리, 행정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분양가심의위원회를 비롯하여 일부 회의록의 경우도 신상정보와 비밀유지를 명목으로 비공개되고 있고 건축허가 및 착공현황·건축설계 관련해서도 비공개를 하는 사례가 많다. 국민권익위와 행정심판·판례 등에 따르면 회의록의 경우 성명은 ◯◯◯으로 처리하여 공개하고, 건축 관련해서는 이웃에 어떠한 건물이 지어지는가 하는 인접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등에 영향을 미치는 바, 건축물의 구조·규모·높이 등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제주도의 행정은 개인 정보를 빌미로 ‘모르쇠’다.

요즘 도민들의 삶과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사업들에 대한 정보공개와 도민의견 수렴은 어떠한가? 제2공항 추진은 일방적인 입지 선정으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시민복지 타운의 행복주택 사업 또한 밀실행정으로 주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

최대 이슈로 등장한 오라관광단지의 경우도 정보공개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라관광단지 사업은 규모와 면적, 사업비를 보더라도 제주역사상 가장 큰 복합리조트 개발이다. 이 복합리조트가 들어서면 환경파괴와 환경오염·오폐수·쓰레기·홍수·기존 관광업계와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과히 폭발적이다.

그러면 행정은 사업자의 자본의 실체와 투자여력을 비롯해 사업내용, 각종 인허가 심의절차 등에 상세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도민의 의견을 물어야 하는데 이러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도리어 행정부지사까지 나서서 청정과 공존의 미래비전의 원칙하에 공정하고 엄격한 법 절차에 의해 처리해 나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도민들의 불신과 의혹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행정은 지금부터라도 폐쇄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공직자에 대한 정보공개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도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투명하고 청렴한 행정을 위해 사전정보공개, 원문정보공개 등 크고 작은 모든 사업들과 정책들에 대해서도 도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수렴하며 도민과 함께하는 민주사회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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