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제주시 도두 앞바다에는 오수(汚水)가 콸콸 쏟아져 흘렀다. 때문에 악취 등으로 관광객과 주민들이 항의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하수종말처리장의 기기 오작동으로 30분 가량 오수가 넘쳐 방류된 탓이다.

제주상하수도본부를 대상으로 26일 실시된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김영진 본부장은 문제의 심각성을 솔직히 털어놨다. “하수처리장의 모든 여건이 최악이다. 내년엔 상황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가 내려와 2개월간 진단을 하고 있는데 건축허가와 인구증가 상황을 감안하면 내년의 경우 오수량이 1만여톤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하수종말처리장의 1일 적정(適正) 처리용량은 9만톤이다. 그러나 실제 처리용량은 2014년 이후 11만5000톤을 훨씬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제주시 18개 동의 하수처리가 한계치에 다다른 셈이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과 총질소량 등 환경 기준을 초과해 바다로 하수가 방류(放流)된 날이 무려 197일에 달한 것은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그런데도 제주자치도는 이 같은 현실을 외면한 채 대규모 개발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제주시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을 강행하는가 하면, 1일 오수발생량이 5000톤에 육박하는 오라관광단지 개발 등을 아무런 대책 없이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제주도는 긴급히 4000톤 정도의 처리용량 증설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건축허가 건수 및 매월 1000여 명씩 늘고 있는 인구증가 상황을 고려하면 ‘언발에 오줌누기’격이 될 것이 뻔하다.

하수처리 문제는 쉬쉬해서 될 일이 아니다. 하수 방류와 관련 원희룡 지사 등이 얼마 전 시민사회단체에 의해 검찰에 고발당한 사실을 도당국은 벌써 잊어버렸는가. 따라서 모든 것을 수면(水面) 위로 올려놓고 공개적으로 대책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옛말에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도 뻗으라’고 했다. 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의 지적 및 경고가 새삼 떠오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모름지기 손님을 부르려면 맞이할 공간이나 시설, 손님 접대를 할 일손과 질서를 잡을 사람도 확보하고 초대해야 한다. 이런 조건들은 하나도 생각 않고 자기 집은 단칸방 뿐인데, 온 동네 사람 다 부르고 지나가는 길손마저 넘치게 불러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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