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시디 부 사이드③

▲ 시디 부 사이드의 모든 건물들을 순백의 하얀색과 파란색 창문으로 채색 한 루돌프 데를랑게르의 대 저택 ‘은네즈마 은자하라 팔래스’ 의 1층 대리석 기둥과 동양풍 창문틀 문양

이슬람교의 성전인 코란에서는 '낙원을 짙은 초록으로 뒤덮인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슬람의 문화는 초록색을 신성 시 한다. 아랍인들은 사막을 중심으로 한 삶이였다. 그들에게 초록이 있는 곳은 풍요로운 자연과 물이 있기 때문에 걱정과 근심 없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파라다이스라고 생각했다. <편집자주>

▲풍광에 이은 또 하나의 명물 ‘밤발루니’

그런데 1920년경 이 곳에 정착한 프랑스 화가이자 음악가였던 루돌프 데를랑게르(Rodolpe d'Erlanger) 남작은 이 마을을 파란색과 흰색으로 꾸미는 작업을 시작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이곳에서 시작한 순백의 하얀 건물과 파란색의 창은 점차 튀니지 전역으로 유행처럼 퍼져나가 튀니지의 상징색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튀니지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튀니지를 ‘튀니지안 블루’또는‘시디 부 사이드 블루’라고 표현을 한다.

▲ '시디 부 사이드'의 야경. ‘시디 부 사이드’는 하얀 집과 파란 지붕으로 잘 알려진 또 다른 지중해의 에게해에 있는 섬 '산토리니'의 풍광과 똑 같아서 유럽인들은 이곳을 제2의 ‘산토리니’라고들 한다.

이처럼 지중해가 바라보이는 이곳 마을을 파란색과 흰색으로 채색한 이유는 하늘과 바다가 구분 안 되는 파란 하늘과 흰 구름, 푸른 바다와 부서지는 파도의 하얀 포말들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이곳에서 잠시 작품 활동을 한 스위스의 화가 ‘파울 클레’도 “시디 부 사이드의 색채가 나를 지배하고 있다. 하얗고 푸름은 항상 나를 지배할 것이다.”라고 말 할 정도로 이곳 색채에 푹 빠졌다고 한다.

시디 부 사이드는 아치형 골목길마다 아름다움이 녹아 있다. 그래서 지금도 유럽의 많은 예술인들이 이 곳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디 부 사이드는 하얀 집과 파란 지붕으로 잘 알려진 또 다른 지중해의 섬 '산토리니'의 풍광과 같아 유럽인들은 이 곳을 제2의 ‘산토리니’라고도 한다.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난 여대생 애리지(arij zouhour)가 이곳에 ‘은네즈마 은자하라 팔래스’가 있다며 안내해주겠다고 했다.

지중해가 손에 잡힐 듯 바라다보이는 시디 부 사이드 언덕을 나와 왔던 ‘은네즈마 은자하라 팔래스’를 보기 위해 길을 되돌아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곳에서 고소한 냄새가 나를 유혹했다.

▲ ‘시디 부 사이드’의 또 하나의 명물인 밤발루니(Bambalouni)를 즉석에서 만들어서 파는 빵가게이다. 제주매일신문 독자들을 위해 특별히 사진 촬영에 응해주셨다.

시디 부 사이드의 또 하나의 명물인 밤발루니(Bambalouni)를 즉석에서 만들어서 파는 빵가게였다. 나도 빠질 수 가 없어 줄을 서서 두개를 샀다. 밤발루니는 반죽한 밀가루를 동그랗고 얇게 만들어서 기름에 튀긴 후에 마지막으로 설탕에 묻혀서 나오는 이곳의 명물이다. 갓 튀겨낸 뜨거운 밤발루니를 호호 불어가며 먹었다. 설탕의 달콤함이 입 안 가득 들어찼다. 고소함과 쫄깃쫄깃한 식감도 일품이다. 튀니지의 여러 지역을 방문 할 때 마다 만나는 대부분의 튀니지 사람들은 내게 시디 부 사이드에서 밤발루니를 먹어 봤느냐고 자주 물어왔다. 그러면서 꼭 먹어보길 권했다.

밥발루니를 만드는 청년에게 제주매일에 연재하고 있는 신문을 보여주며 기념촬영을 부탁했더니 손놀림이 바쁜 와중에도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며 기꺼이 응해주었다.​

▲ 시디 부 사이드의 모든 건물들을 순백의 하얀색과 파란색 창문으로 채색 한 루돌프 데를랑게르의 대 저택 ‘은네즈마 은자하라 팔래스’ 에 있는 우리나라 풍인 궤짝.

▲튀니지 여행길에 만난 한국의 궤짝

‘애리지’를 따라 다시 왔던 길을 한참 내려갔다. 도로에서 지붕만 보이는 건물이 ‘은네즈마 은자하라 팔래스’라고 했다. 지붕은 특이하게도 아랍식의 둥근 돔과 신기하게도 한국식 기와집과 똑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 건물은 지중해가 바라다 보이는 경관이 좋은 산등성이에 위치해 있었다.

계단을 통해 산등성이 아래로 내려가는 중간에 아름다운 정원이 보였다. 스페인 스타일로 조성된 정원이라고 하는데 튀니지에서 또 다른 나라 스타일인 아름다운 정원을 보게 되니 매우 신기 했다.

다시 한 층을 더 내려가니 궁전 출입구가 나왔다. 회랑의 대리석 기둥에서부터 귀족들이 살았던 분위기가 나온다. 입장권은 일반 관광객은 5디나르(3000원)인데 튀니지 외무부에서 발급한 거주 증을 제시하니 2.5디나르(1500원)를 받는다. 이 궁전은 시디 부 사이드를 흰색과 파란색으로 만든 ‘루돌프 데를랑게르’가 살던 집인데 지금은 그의 후손들이 튀니지 정부에 기증해 아랍음악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대 부호의 주택답게 내부는 미로와 같았다. 황제가 살던 궁전처럼 대리석 기둥 하나하나가 매우 아름다웠다. 내가 가이드에게 한국대사관에서 내게 준 한국과 튀니지의 우호를 상징하는 배지를 가슴에 달아 주자 특별히 실내를 구경시켜 주겠다고 하면서 출입금지가 된 방으로 안내를 해주었는데 놀랍게도 그 방에는 중국풍의 자개장과 도자기들, 일본 도자가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중에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한국의 고가구인 궤짝이었다. 19세기에 어떻게 튀니지까지 흘러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동양의 예술품으로 가득 차 있어서 가이드에게 물어 봤더니 이 집을 지은 ‘루돌프 데를랑게르’는 동양 미술에도 심취돼 당시 중국과 일본에서 직접 수입을 한 것이라 했다.

2층 천장은 신기하게도 벚꽃 문양으로 되어 있었는데 모두 금색이었다. 전체를 진짜 금으로 만든 것이라 했다.

다른 방에는 아랍의 악기들과 악보를 모아 놓았다. ‘루돌프 데를랑게르’는 생의 마지막에 아랍음악의 악보를 정리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은네즈마 은자하라 팔래스’는 누가 특별히 안내하지 않으면 찾아 볼 수 없는 ‘시디 부 사이드’의 숨겨진 보석이었다.

▲ ‘시디 부 사이드’의 요트 선착장 풍경. 이곳에는 각국나라에서 튀니지의 지중해를 보기 위해 몰려 둔다.

▲자스민 차와 지중해의 석양

이 곳으로 안내해준 애리지와 헤어지고, 다시 나는 골목길을 걸었다. 그러다 요트 선착장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그곳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요트에 게양되어 있는 국기들이 다양했다. 많은 나라에서 요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 튀니지까지 왔다는 말이다. 선착장 앞 전망 좋은 카페에서 자스민 차를 주문했다. 주위에는 차를 마시면서 뺨이 움푹 패도록 깊이 물담배를 피고 있는 모습들이 이채롭다. 이곳에서 지는 석양과 노을을 바라보는 느낌은 마치 아름다운 여인을 보는 것처럼 가슴이 설렌다. 카페에는 나처럼 석양을 보기 위해 앉아 있는 관광객들로 꽉 차 있다. <고병률 제주도작은도서관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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