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특성화고’ 보내도 될까요?
<1> 제주고등학교 호텔조리과 졸업생 김방훈씨

시대가 변했다. 최근 통계에서 올 3분기 4년제 대졸이상 실업자가 31만 5000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공고했던 학교 신화가 흔들리고, 일각에서는 고졸자를 위해 대입 전형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지만, 제주는 여전히 제주시 동지역 인문계고 선호 현상에 집중하고 있다. 본 지는 고등학교에서부터 전공공부를 통해 남보다 일찍 자신의 꿈을 준비하는 청춘들과 그 부모들을 만났다. 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5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주]

오전 10시. 지하철을 타고 서울 연희동으로 출근하는 일식 요리사 김방훈(29)씨. 고등학교 때부터 요리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지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하루 14시간을 꼬박, 때론 한 달 내내 쉬는 날도 없이 제주, 포항, 부산, 서울 등을 오가며 곁눈질로 음식을 배워왔다. 깊이 있는 음식을 배우고 싶어진 그는 마스터셰프코리아 우승자 김승민 셰프와 2년을 함께 일했고, 지금은 TV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등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정호영 셰프와 한 공간에서 일하며 자리를 얻었다. 수년 간 해왔던 보조가 아니라 이젠 어엿한 책임자의 자리다.

음식 재료를 고르는 법, 손님들이 어떤 맛을 좋아하는 지조차도 모르던 그에게 요리의 재미를 일깨워 준 곳은 특성화고, 학교였다. 학과 과정에 맞춰 다방면의 실습이 가능한 특성화고는 그에게 배운 것을 경험해 보고 싶어 하게 했고, 또 배움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통해 손님과 대화하고, 내 손으로 만든 것을 판매 할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어요. 대학교를 가고, 사회생활을 하고, 그 후에 어떤 길을 가게 되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좋은 학교가 아니라 어떤 목표를 갖고 당사자가 어떻게 노력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죠.”

▲ 김방훈(두 번째 줄 왼쪽 끝)씨가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과 일터에서 찍은 사진.

김씨는 고입 당시 흔히 말하는 모범생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탓에 성적에 맞춰 학교를 선택했지만, 학교에서 요리사라는 꿈을 향해 길을 열어주자 “배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며 후배들에게도 ‘끊임없는 공부’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나도 부모의 입장이라면 내 자식이 (인문계에 가지 못하면) 남들보다 뒤처질 거라는 생각을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주도는 인문계와 비인문계로 나뉘었기 때문에…”라면서도 “하지만 사회에 나가 덜 방황하고 조금 덜 고민할 수 있도록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찾아주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좋은 것 아닐까요”라고 소신을 밝혔다.

현재 제주지역의 특성화고는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제주고등학교,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중문고등학교, 한국뷰티고등학교, 한림공업고등학교 등 6개교와 영주고등학교, 성산고등학교, 제주중앙고등학교, 함덕고등학교 등 특성화과가 있는 일반고 4개교로 구성됐다.

김씨는 제주관광산업고등학교(현 제주고등학교) 호텔조리과를 졸업해 일식 요리사의 꿈을 이어가는 중이다. 낮 12시부터 일을 시작해 자정에 근무를 마치는 김방훈 씨. 지금은 누군가를 빛내주기 위해 뒤에서 땀을 흘리고 있지만, 언젠가 그는 대를 잇는 음식점의 주방장이 되는 것이 꿈이기에 더 노력하는 삶을 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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