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KTO)가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를 상대로 100억원대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고 한다. KTO는 제주특별자치도에 이어 ICC제주의 2대 주주(株主)다.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공기업이 출자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은 도(度)가 지나친 행태라 아니할 수 없다.

KTO가 ICC를 상대로 제주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은 지난달 22일이었다. 이유는 옛 앵커호텔 공사 지연에 따라 94억3726만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는 것. 과연 앵커호텔 준공 지연으로 이 같은 손해가 발생했는지, 또한 이게 소송으로 이어져야 했었는지는 의문이다.

중문관광단지는 ‘관광입국(觀光立國) 및 관광입도’란 미명하에 지난 1978년부터 본격 개발됐다. 그 규모만 관광단지 356만2000㎡, 유원지 226만8000㎡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토지 강제수용 등으로 인해 이곳에서 삶을 영위하던 숱한 도민들이 고향에서 쫓겨났다.

이런 가슴 아픈 사연 아래 중문관광단지는 탄생했고, 한국관광공사는 최대의 수혜자나 다름 없다. 도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군림하고 있는 관광공사가 도민들이 출자해 만든 ICC제주에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은 실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국관광공사는 현재 부지 5만3354㎡를 현물 출자해 ICC제주의 2대 주주 행세를 하고 있다. 더욱이 KTO는 ICC제주의 대표이사와 전무이사 중 1인을 추천하고 있으며, 컨벤션센터와 옛 앵커호텔 사이에 조성되는 일부 지하상가에 대한 20년 무상임대 사용권 등 경제적인 이익도 확보해 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이 출자한 회사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은 지극히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행태에 다름 아니다.

특히 ICC제주의 경우 내년 AIIB 연차총회 등 굵직굵직한 국제적 행사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적극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대내외적으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고 있으니 한국관광공사는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조직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제주사회는 최근 중국인 관광객에 의한 ‘묻지마 살인(殺人)’ 등의 여파로 ‘관광산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이익에만 혈안이 된 한국관광공사의 행태를 바라보는 제주도민들의 시각은 결코 곱지 않다. 향후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모르기에 KTO의 자제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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