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워터템플의 도시 ‘자구완(Zaghouan)’①
고대부터 물 귀했던 튀니지 해안도시 곳곳에 물 공급
사람 키보다 높은 수도관, 당시 풍부한 물 용량 짐작

포에니 전쟁에서 승리하며 카르타고를 멸망시킨(기원전 146) 로마제국은 서기 1세기부터 카르타고 왕궁터인 비르사 언덕(Vyrsa hill)에 다시 거대한 로마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서기 2~3년에는 안토니우스 공동목욕탕(Thermes d'antonin)을 지었다. 그 당시 안토니목욕탕이 있는 곳에는 물이 나오지 않았다.  로마는 목욕탕에서 사용할 물을 ‘워터 템플’이 있는 ‘자구완’에서부터 수도교라 불리는 거대한 수로를 건설해 물을 공중으로 끌어가  사용했다. 안토니우스 공동목욕탕은 197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인구 1만6000명의 소도시 자구완
거대한 수도교를 보면서 ‘워터 템플(물의 신전, Temple of the water)’이 있는 신비의 도시 자구완에 가보고 싶었지만 혼자 여행하기가 두려워서 차일피일 미루던 중, 한국을 좋아하는 튀니지 종합병원 간호사 ‘마르와’의 안내로 드디어 가게 됐다.

▲ 워터 템플 안내판

지금의 자구완은 튀니지 자구완 주의 주도이다. 인구는 1만6037명 정도다. 사진에서 보는 ‘물의 신전’은 3세기에 지어졌다. 지금은 신전의 벽만 남아 있지만 당시에는 전체가 지붕으로 덮여 있던 거대한 로마의 ‘워터 템플’이었다고 한다.

고대 로마제국은 고대 카르타고를 점령한 후에 카르타고에 거대한 로마목욕탕(안토니오목욕탕)을 건설하는데 물이 없어서 카르타고에서 153km 떨어진 이곳에서 ‘수도교’를 통해 물을 끌어갔다. 신전 제단이 있었던 곳에는 현재, 물의 원천이라는 안내표시와 함께 속을 쳐다 볼 수 있도록 유리가 덮여 있다. 지금도 이곳에서 물이 솟아오르는 줄 알고 얼굴을 대고 속을 유심히 살펴보니 깊이를 알 수 없으나 그리 넓지 않은 용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에 조금만 올라가도 맑고 시원한 물이 졸졸 나오지만 고대에 ‘아프리(Afri)지방’이라고 불렀던 지금의 튀니지에서는 물이 아주 귀한 존재일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워터 템플’이 세워졌을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로마제국은 물의 관리 능력이 국가를 존속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물의 신전 뒤에 있는 자구완 산(Zaghouan mountain)에서 지하 수맥을 통해 흘러내린 물이 ‘워터 템플’에 있는 조그마한 용정을 통해 물이 솟구쳐 올라와서 여기서부터 153km나 떨어져 있는 고대 카르타고의 안토니오 공동목욕탕과, 19~21회에 연재한 53km 떨어져 있는 우티나(Uthina) 등 튀니지 해안도시 곳곳에 물을 공급하였다 하니 믿기지가 않는다.

▲ 나를 안내해 준 마르와와 워터템플의 관리 직원과 함께 포즈를 취해보았다.

▲아직도 남아있는 거대한 수도관
‘워터 템플’의 안내인은 “자구완산의 높이는 1295m이며 해발 125m인데 평원에 솟아 있기 때문에 더욱 웅장하게 보인다.”고 설명해 주었다. 언뜻 보기에도 신비스러움이 가득한 매우 아름다운 산이다.

‘물의 원천’이라는 곳을 따라 지대가 낮은 곳으로 내려오니 서기 3세기에 설치한 거대한 수도관이 파괴되지 않고 잘 보존되어 있다. 이 수도관을 통해 수도교로 물을 보낸 것이다. 이 수도관 속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수도관 속 높이가 사람의 키 보다 더 높다고 한다. 당시의 풍부한 용수량을 짐작 할 수가 있다.

이곳에서 시작한 수도교는 다시 13세기의 파티마 왕조에 의해 복원되어 17세기까지 사용되었다 한다. 로마 제국은 머나먼 수원지에서 수도교를 이용해 도시나 마을의 공중목욕탕, 공중화장실, 분수, 농장 등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현대의 상하수도 시설처럼 땅 밑에 수도관을 깔지 않고 다리를 건설해 지상으로 물을 운반했으니 현대의 기술로도 불가능한 토목 기술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워터 템플’에서 내려오는 길에 ‘워터 템플’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더워하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근처에 카페가 있다면서 안내를 해주었다. 카페는 자연과 어울리도록 꾸며져 있었다. 그냥 지나쳤다면 나중에 후회할 정도로 커피를 마시면서 이곳에서 보는 자구완산은 아름다웠다.

담소를 나누던 직원은 갑자기 메디나(구 도심지)를 안내해주겠다며 상관에게 허락을 받고 오겠다고 했다. 잠시 기다리니 자구완을 한국인들에게 잘 소개해 달라며 기사가 나오면 꼭 보내 달라고 전화번호와 이메일도 알려 주었다.

사실 조금 전, ‘워터 템플’로 들어서서 언덕등성이를 올라가는데 사복 경찰이 관리사무소 직원하고 다가왔었다. 관리사무소에서 이곳까지 외국인이 왔다고 경찰에 연락을 한 것이다. 경찰이 나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이런저런 질문을 하기에 나는 경찰인지 신분을 확인 한 후에 무엇 때문에 조사하느냐 질문을 했더니 “시크릿”이라고만 한다. 11~12회에 연재했던 스베이틀라(sbeitla)에서 이미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외국인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의사소통에서 잘못 전달되면 어려움이 생길 것 같아 안전을 고려해 항상 가지고 다니던 튀니지의 국무총리와 찍은 사진과 튀니지외교부에서 발행해준 거주증과 제주매일에서 지금 연재하고 있는 ‘고병률의 유럽을 닮은 아프리카, 튀니지에 가다.’ 파일을 보여주면서 연재 내용을 설명해 해주었더니 갑자기 더욱 공손해졌다.

이 소문이 여러 곳에 전달된 것 같았다. 이동하는 장소마다 직원들이 내가 당황할 정도로 친절하게 인사를 건넸다. 커피숍에 이동해서 채 5분이 안 된 시간에 이번에는 경찰차가 다가왔다. 차에서 내린 경찰도 나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갔다. 자구완까지 동행해준 친구 마르와는 이런 경찰들의 모습을 보고 괜실히 좋아했다. 커피를 마시고 난 우리는 이곳에서의 아쉬움을 남기고 관리소 직원의 차로 전혀 계획에도 없던 자구완의 메디나로 출발했다. <고병률 제주작은도서관협의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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