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피습 사망 김성현씨 남편의 애끊는 사부곡
“참담하고 억울”…걷지도 못하고 연신 눈물만
생전 11년 써온 시 120여편 시집초안 영정 앞에

▲ 고 김성현씨 남편 이종식씨가 부인의 영정에 성수를 뿌리고 있다. 박민호 기자

착하고 순진했던 아내는 세상을 떠났고, 생전 써오던 시집은 미처 발간되지 못한 채 그녀의 영정 앞에 놓였다. 결혼 후 단 한 번도 아내와 떨어져본 적이 없다는 남편은 갑작스런 아내의 죽음 앞에 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3일 전 성당에서 기도를 올리던 중 중국인 관광객의 피습으로 세상과 등진 고 김성현씨(61, 루시아)의 빈소에서 19일 만난 남편 이종식씨(64, 루치오)는 아직도 아내가 떠난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듯 눈물과 두서없는 말들을 뱉어냈다. 전날 아내의 사망 소식에 혼절했던 그는 이날도 가족들의 부축을 받고서야 자리에서 겨우 일어설 수 있을 만큼 몸과 마음이 약해져 있었다.

무려 37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의 죽음에 그는 “참담하고, 억울하다”는 말로 대신했다.

언제나 아내와 함께했던 이들은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금술이 좋았던 부부였다. 이씨는 “평범하게 그리고 성실히 살아왔는데 이런 일을 당하니 참담한 심정”이라며 “주위에선 그동안 루시아가 많은 일을 했으니 주님 곁에서 일을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라고 말하지만 제 입장에선 너무 억울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씨는 고 김성현씨와의 지키지 못한 약속이 있다는 이야기를 털어놨다. 자녀들이 보내주기로 한 아내의 환갑 여행과 아직 미완인 그녀의 시집이 그것이었다.

이 씨는 “지난해 환갑을 맞은 아내를 위해 아이들이 가족여행을 준비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떠나지 못했다”며 “올 겨울이면 함께 떠나자고 했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영정 앞에는 초라한 시집 한권이 놓여 있었다. 그녀가 지난 11년간 써 온 시 120여 편을 담은 시집 ‘국화향이 나네요’ 초판본. 이씨는 “시인 등단 이후 아내는 시를 모은 시집 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그동안 시에만 매달렸고, 초안이 나왔는데 아내가 떠났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후 이씨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기사 속 고인과 유족의 실명을 게재한 이유는 “우리는 죄인이 아니기 때문에 세상에 떳떳하다”는 남편의 뜻을 전하기 위함이다.

▲ 고 김성현씨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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