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LA 합친 것보다 살인사건 많아…1990년대 이후 최고 수준
실업자·갱 많은 빈민가서 빈발…시카고 경찰청장 "총기범죄 처벌 강화해야"

미국 시카고에서 올해 총격과 폭력 등으로 20여 년 만에 가장 많은 500건을 넘는 살인사건이 일어나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CNN·NBC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노동절 연휴였던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올해 들어 9개월간 시카고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 500건을 돌파했다.

이미 작년 한 해 살인사건 발생 건수(480건)를 넘어섰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 시카고에서 나온 살인사건 피해자만 92명에 이른다.

심지어 올해 미국 3대 도시인 시카고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 2대 도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합친 수보다 많다.

올해 시카고의 살인사건 발생률은 1년에 800명 이상이 총격 등으로 희생된 1990년대 초중반 이후 2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5일 시카고 서부 지역에서 은색 미니밴을 타고 가던 괴한이 젊은이 무리를 향해 총을 쏴 22세 청년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지난달 26일에는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 소속 드웨인 웨이드의 사촌 여동생인 니키아 드리지(32)가 유모차를 끌고 가다 머리와 팔에 총격을 받고 사망해 파장이 컸다.

올해 들어 시카고 총격 피해자 가운데 13세 이하 어린이도 27명에 이른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엥글우드에 사는 스테파니 아마스는 "손주들에게 미안하지만 안전하지 않아서 밖에 나가 놀면 안 된다고 말한다"며 "우리는 일종의 전쟁 지역에 있으므로 모든 부모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CNN에 전했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 많은 미국 대도시에서 최근 살인 범죄가 감소하는 추세여서 시카고의 상황은 더욱 두드러진다.

에디 존슨 시카고 경찰청장은 6일 기자회견에서 지역을 위협하는 살인사건을 두고 "경찰 이슈가 아니라 사회 이슈"라며 "빈곤한 지역의 희망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 일(살인)을 벌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시카고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대부분이 도시 서부 오스틴, 남부 엥글우드 등 실업자가 많고 폭력배(갱)들이 활개 치는 빈민가에서 발생했다.

존슨 청장은 "갱 활동이 늘고 총기와 연관된 범죄에 대한 처벌이 약해 살인사건이 급증했다"며 "총격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왜 올해 유독 시카고에서 살인사건이 급증했는지는 좀처럼 명쾌한 해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많은 시카고 시민이 일자리 부족이 범죄를 유발한다고 우려하지만 시카고의 실업률은 지난해 6.1%에서 올해 5.5%로 내려가 그 인과관계가 뚜렷하지는 않다.

시카고는 총기 관련 법률이 엄격한 편이다. 그러나 시카고 총격 범죄에 쓰인 총기의 60%가량이 시카고가 속한 일리노이 주 이외 지역에서 구매한 총기여서 규제 강화가 반드시 범죄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CNN은 분석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주말 범죄 빈발 지역인 시카고 남부와 서부 지역 곳곳에서는 75개 시민 단체와 교회 등의 주관으로 위기에 빠진 도시를 돕는 취지의 문화 행사가 열렸다.

시민들은 모여서 성가대 공연, 요리 파티, 농구·테니스 등 스포츠 경기를 즐기며 범죄로 얼룩진 도시의 상처를 치유하려 노력했다.

남부 브론즈빌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한 카론 존슨(28)은 "올여름 범죄가 급증하면서 우리가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욱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자각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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